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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보복 강조하며 “방어자세”/박철언의원 주변표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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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동길대표와 당차원 대응책 논의
굵직한 사건마다 「약방의 감초」처럼 연루설이 나돌았으나 계속 이를 부인해온 박철언의원이 정덕진씨의 동생으로부터 5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18일 아침에는 기자들을 피했다.
자신있게 「정치적 보복」 「표적수사」라고 반박해오던 박 의원은 이날 아침 일찍 보도진이 서울 양재동 자택으로 몰려오자 비서를 통해 『잠깐 외출했다』고 따돌리다가 오전 7시20분쯤 집을 나섰다. 박 의원은 집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이번 수사는 정치보복을 노린 의도적 음모』라며 『검찰에 나가 모든 것을 밝히겠다』고만 말하고 행선지를 밝히지 않은채 사라졌다.
박 의원은 17일까지만 해도 적극적으로 자신을 변호했다. 『홍 여인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알려진데 대해 처음에는 『홍 여인을 잘 모른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4∼5년전 헬스클럽(하얏트호텔) 친구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 인사받은 적이 있으며,그 이후 정확히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여러사람이 같이 만나는 자리에서 몇번 본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돈을 받았다』는데 대해서는 『그럴 사이도 아니고 내가 그럴 위치에 있지도 않았다』며 「영향력이 없었음」을 들어 수뢰사실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의 측근은 『당시 박 의원같은 거물이 여자로부터 5억원을 받았을리가 없다. 필요하면 얼마든지 보다 깨끗한 정치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위치였다』며 전혀 다른 논리(영향력이 막강했음)로 같은 결론(돈을 받지 않았다)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목표를 미리 정해놓고 수사하는 표적수사인 듯하다』며 「정치적 보복」임을 강조하면서 『형사정책이 잘못돼서는 안된다』고 점잖게 꾸짖기도 했다.
또 이날 오후에는 같은 내용의 해명자료를 각 언론사에 보냈다. 자료에서 『피의자의 단순한 진술로 마치 수뢰한듯 보도하는 것은 심대한 명예훼손』이라는 「유감」의 뜻까지 표명했다.
그러나 박 의원은 『홍 여인으로부터 직접받은 것이 아니라 홍 여인집에서 정씨의 동생인 덕일씨로부터 받았다』는 구체적인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한 이날밤 김동길국민당대표 댁으로 전화해 자신의 신병에 대한 문제와 「국민당차원」의 대책을 의논했다. 박 의원은 통화에서 『정치적 사건인만큼 당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반격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으며,현정부의 문제를 폭로·공격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알려졌다시피 「6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한때의 실력자였으며,「3당통합」의 숨은 주역으로 『내가 입을 열면 YS의 정치생명도 끝난다』는 말까지 했던 인물이다.
「6공 권력의 핵」이었기에 그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와 「반격」을 다짐하는 그의 향후처신은 「특정 정치인의 비리」이상의 주목을 끌지 않을 수 없다.<오병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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