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궁금한 병무쇄신책 발표/김준범 통일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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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신임청장 부임이후 병무청이 부쩍 과욕을 부리고 있다.
엄삼탁청장이 부임한지 두달 남짓 동안 병무청은 무려 다섯건의 크고작은 「비밀자료」들을 공개했다.
해외 미귀국 병역의무자와 국내 입영기피자,해외유학생 등 그동안 「비문」으로 취급돼왔던 자료들을 과감하게(?) 공개한 것이다.
병무청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물론 새정부의 「병무 부조리 척결」의지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하나가 모두 실속없이 의욕만 앞서있다는 생각을 갖게된다.
그렇지 않으면 병무청이 청장에게 쏠리고 있는 의혹을 다른데로 돌리려는 의도적 행위가 아닌가하는 의심도 간다.
미귀국 병역의무자의 친권자 2백96명 명단을 공개한 12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미귀국 병역미필자 명단공개를 요구할 때마다 병무당국은 「헌법상의 기본권침해」라면서 이들의 부모명단 공개를 거부했었다.
그러던 병무청이 자진해서 명단을 공개하고는 한술 더 떠 미귀국자의 친권자들에 대해 모든 인·허가를 취소하고 해외여행 및 금융대출을 중지시키겠다며 사뭇 엄포를 놓았다.
『인·허가 박탈 근거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병무청 당국자는 「아차」 싶었는지 한발 후퇴하면서 자신의 발언을 즉석에서 취소,수정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병무청은 지난번 재산공개파동때도 청장의 재산으로 말썽이 일자 갑자기 병무행정 쇄신방안을 발표한바 있다.
이번에도 특별히 재촉하지도 않았던 사안을 먼저 공개하겠다고 나선 병무청의 행위 전면에는 때마침 불거진 슬롯머신대부 정덕진씨의 배후인물로 엄 청장이 오르내리고 있다는 사실과 관련,어떤 함수관계가 있지않나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병무청이 만약 그같은 의도로 별로 알맹이도 없는 쇄신책을 발표하려든다면 병무청이 비리 은폐에 이용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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