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석 학예연구사 논문서 주장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이인문『하경산수도』는 가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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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조선조 후기 화가 이인문의『하경산수도』(소장번호 덕4145)가 위작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 미술부 오주석학예연구사는 한국민족미술연구소(소장 전영우)주최로 16∼30일 이 연구소에서 열리는「단원과 고송류수관전」도록에 실린 논문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문제가 된『하경산수도』는1926년 조강옥길이란 일본인으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종이에 수묵으로 그려져 있으며 크기는 22.2×35.3㎝다.
왼쪽이 무겁고 오른쪽이 가벼운 구도로 왼쪽은 근경, 오른쪽은 원경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주산의 작은 점으로 이루어진 미점처리가 깔끔하지 못하고▲아랫부분의 나무를 표현한 굵은 붓터치가 서로 뭉개지는 등 선염처리가 미숙하며▲가운데 부분에 위치한 집의 형태와 왼쪽 아랫부분의 다리 묘사가 둔탁하고▲「72세에 고송류수관도인(이인문의 호)이 그렸다」는 서명의 서체가 다른 작품과 차이 난다는 것.
또 서명 주변에 세개의 크고 작은 낙관이 찍혀 있는데 이것은 이인문이 72세 때 그린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진품 족자와 같은 낙관이기는 하나 그림의 크기에 비해 어울리지 않게 커서 나중에 낙관만을 은밀히 빌려 찍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오학예연구사는 보고 있다.
오학예연구사는 특히 문제의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이인문의 진품『우헐귀가도』(1910년 일본인 근등좌오랑으로부터 구입)와 거의 비슷해 둘을 비교해볼 경우 위작임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강우방 학예연구실장은『문제의 작품이 위작이라는 주장에 동의한다』고 밝히고『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가운데 위작이 발견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홍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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