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A 알라난 알라틴 3개 단주 단체 그늘속 활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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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알콜 중독 등 알콜 관련 질환자들이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모이는 단주 단체가 3개나 결성돼 꾸준히 활동중이다.
알콜 중독자(현재 단주해도 과거에 중독자였던 사람 포함)들만의 모임과 아울러 술에 찌든 가장을 둔 여성 등 알콜 중독자의 배우자들 모임과 자녀들의 모임이 그것.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이들 모임중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것은 알콜 중독자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모임인 AA(Alcoholics Anonymous).
미국에서 비롯된 이 모임은 82년 한국연합((774)3797)이 결성돼 현재 16개 그룹에 3백여명의 회원을 두고있다. 술 끊기를 바라는 알콜 중독자는 누구든 가입하여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알콜 중독자 김입니다』처럼 성으로 자기소개를 대신함으로써 모임에 나오는 수치심에서 벗어나게 된다.
AA모임의 회원들은 서로를「협심자」라 부른다. 술의 마수에서 벗어나도록 돕기 위해 각자의 경험과 힘을 나누며 협심하는 친구라는 뜻이다. 이들은 매주 1시간 약속한 장소에 모여 각자의 술 끊기 생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주제는 가정파탄·실직 등 술 때문에 겪었던 갖가지 어려움과 술 끊고 난 뒤 달라진 생활로 국한된다.
처음 나온 알콜 중독자들은 같은 처지에 있었던 협심자들로부터 생생한 증언을 듣고 술끊을 결심을 굳히게 된다.『협심자들과 교류하지 않는 중독자는 끝내 다시 술을 입에 대고 맙니다.』87년 AA에 들어온 이래 6년 동안 술을 끊어온 윤모씨(39·공무원)는 서로가 채찍이 돼주는 집단 심리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꾸준히 술끊기를 실천한 신입 협심자들에겐 1백일·6개월 등 일정기간마다 기념칩이 주어진다.
또 술끊은 지 1년이 되면 12개의 홈이 팬「새 생명의 열쇠」가 증정된다. 이는 협심자가 AA의 생활수칙인「12단계」와 운영 원칙인「12전통」을 준수했음을 기념하기 위한 것.「12단계」는 자신이 알콜에 무력한 존재였음을 자각하는데서 시작된다. 다음엔 어떤 초월적인 힘(신)에 자신을 맡기고 기도·명상의 생활을 하는 단계로 들어간다.
이 같은 방법으로 술끊기에 성공한 협심자들은 짝을 지어 병원을 방문, 알콜 중독자들에게 단주경험을 전하게 된다. 알콜 중독은 술 마시는 사람뿐 아니라 그 주위의 가족들에게도 병을 안긴다. 이른바 알콜 중독 가족병.
알콜상담센터의 호반 브렌던 신부에 따르면 과음으로 결근하는 남편을 위해 회사에 거짓말을 반복하거나, 홧김에 남편의 음주 사실을 남에게 들춰내는 버릇이 있는 주부는 가족병에 걸린 것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가족병에 걸린 알콜 중독자 부인들이 서로를 치료하기 위해 83년 만든 모임이「알라난(Alanon):(533)5670」.전국적으로 12개의 그룹이 있고 1백50여명이 가입해 있다.
매주 익명으로 모여 각자 생활을 이야기하는 것은 AA와 같지만 AA와는 철저히 분리된 독립적인 모임이다.
이밖에 알콜 중독자의 자녀들 중 18세 이하 청소년들의 모임인「알라틴(Alateen)」도 84년 결성돼 활동중이다.
AA등이 알콜중독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주량통제능력▲성격유지능력 등 두가지. 자신이 미리 정한 한도 이상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이나, 술에 취하면 포악스러운 성격으로 바뀌는 사람은 중독자란 얘기다.
이 같은 기준에 따라 AA가 추정하는 국내 알콜 중독자는 2백만명이 넘는다. 술 마시는 사람중 15%가 중독자라는 계산이다.
중독자 1명에 보통 5명의 가족병자가 생기므로 알콜 관련 질환자의 수는 추정치를 훨씬 넘어서게 된다.
그러나 알콜 중독자 전문 치료센터 하나 없는 데다 가족병에 대해선 인식조차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우리 실정에서 이들 세 단주단체는 알콜로부터 탈출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구원이 되고 있다.<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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