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기호치안감 소환 철야조사/“「슬롯머신」서 정기 상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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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장시절 승률조작 등 묵인/지분받아 배당챙긴 혐의도/본인은 완강히 부인… 정덕진씨 연계 추궁
서울지검 강력부는 12일 정덕진씨(53) 배후세력 수사와 관련,슬롯머신 지분을 소유하고 업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금품을 챙겨온 혐의를 받고 있는 경찰청 천기호치안감(58)을 소환해 철야조사했으나 천씨가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수사에 진통을 겪고 있다.
천씨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리버사이드호텔 오락실 전 업주 박모씨로부터 매월 1천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챙겨온 혐의를 받고 있으며 서울 N호텔 오락실로부터도 정기적인 금품을 상납받은 혐의로 11일 오후 9시50분쯤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천씨가 86년 서울 강남경찰서장으로 재직할당시 슬롯머신업소의 승률조작 등 불법행위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업소의 지분을 공로주로 나누어받아 이익배당금 형식으로 금품을 챙겨온 것으로 보고 천씨를 추궁중이다.
그러나 천씨는 검찰조사에서 『형 재호씨가 5천만원을 내고 R호텔 슬롯머신 지분을 사들여 월 3백만원씩 받고 있을 뿐』이라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승남3차장검사는 『천씨에게 리버사이드호텔 오락실과 또다른 슬롯머신업소가 금품을 상납했다는 진술이 확보돼 있다』며 『그러나 천씨가 일절 입을 열지 않아 조사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천씨와 뇌물공여자의 대질신문을 통해 금품수수와 직무관련성을 밝혀내는 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뇌물수수혐의를 적용,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검찰은 천씨가 슬롯머신업소 지분을 갖는 등 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오면서 정덕진씨의 비호세력으로 업소의 인허가·경신에 부당한 압력과 로비를 해왔는지에 대해서도 수사중이다.
검찰은 90년 12월 박모씨로부터 리버사이드호텔 슬롯머신업소를 인수한 유모씨(55)도 검찰로 소환,업소의 실소유주와 천씨와의 유착혐의를 조사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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