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악극연구소 국내 첫 교육 시낭송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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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7∼9일 서울상계동 미도파백화점 메트로홀에서는 이색적 공연이 펼쳐졌다.
뒤편으로 English·국어·수학 등이 쓰여있는 걸개 그림이 보이고 무대 위의 책상들은 OX표시나 ①②등 답안번호, 그리고「애인 구함」이라는 낙서로 어지럽다.
『등교시간 1분30초 초과/교문에 버티고 선 학생과 선생님께/운동장 다섯바퀴 총알처럼 돌라는/배려 깊은 엄명을 하사 받는다.』학생의 시를 고교생 차림의 배우가 낭송한다.
한국적 음악극을 모색해온 한국음악극연구소(소장 원창연)가 4년만에 무대에 올린 교육시 낭송공연『우리 아이들의 나라』(연출 문호근)의 한장면이다. 이번 공연은 시낭송극이라는 국내 초유의 공연양식을 선보이는 것이어서 적잖은 관심을 모았다.
『선생님, 시험에 나오는 것만 가르쳐줘요…/선생님, 회의는 뭐하러 해요. 공부해요….』역설적으로 우리의 척박한 교육현실을 고발하는 시들은 가슴 찡한 울림을 갖는 것이었다.
그러나 교육의 모순과 이에 대한 풍자·항의를 담은「교육시」만으로 1시간30분을 끌어간다는 것 자체가 무리인 것으로 보였다. 극적 구성이 결여돼 있었고 연결이 매끄럽지 못했다.
이보다도 공연을 지루한 것으로 만든 주범은 교육 문제에 대한 단선적 접근에 머물러「뻔한 해답」을 유도한데 있었다. 교육문제의 현실적 해결책은 함께 고민하며 찾아나가는 것이지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관객들은 오히려 찬조 출연한「어린이방」아이들 14명이 무대에 나왔을 때 열띤 반응을 보였다. 인솔교사 한명으론 도저히「통제」할 수 없어 예정에 없던 교사 2명까지 무대에 올라 아이들을 뒤쫓아 다녀야 할만큼 아이들은 제멋대로 무대 위를 뛰어다녔다.
이 아이들도 자라서 학교에 들어가면 제도와 부모와 기성세대의 강요·기대에 눌려「시험 보는 기계」로 전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감하면서 관객들은 우리 교육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했을 것이다.
이번 공연은「운동적」공연의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냄으로써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무대였다.<곽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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