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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SF영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과학과 영화는 SF(과학소설)영화에서 만난다. 이는 물론 영화를 찍는 기술 문제들만이 아니라 내용 그 자체까지도 과학에 기반을 두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SF영화 문화는 한 나라의 국력을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타워즈』같은 재미있는 우주 SF영화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은연중 우주 개발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만들 것이다. 예를 들어 영화 속의 로봇에 매료된 어린이는 커서 로봇 만드는 일에 종사하기로 결심하지 않겠는가. 이와 같이 좋은 SF작품들은 과학의 대중화와 보다 나은 미래 사회 구현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극장에서 접하게되는 SF영화들의 대부분은 외국에서 제작된 것들이다. 우리가 외국의 우수한 작품들을 많이 감상하는 것 그 자체에는 물론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우리 한국인이 주인공이라면 어쩐지 어울릴 것 같지 않게 느껴질 정도로 우리의 정신이 세뇌되어 가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함이 가로놓여 있다. 꿈이 현실화한 세계 속에서「답답한」지구를 벗어나 모험과 개척에 부단히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을 왜 우리는 외면하고 있는지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왜 우리 한국 어린이들은「ET」를 만나면 안 되는 것일까.
일본은 최근『고질라』라는 SF영화를 세계 시장에 내놓아 흥행에 성공했다. 도쿄 복판에 나타난 거대한 공룡을 화산으로 유인해 죽인다는 줄거리를 가진 이 영화에 이용된 특수 효과 기법들은 미국 할리우드의 그것에 손색이 없었다. 무엇보다 세계시장을 겨냥해 영어로 대사를 제작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SF영화 시대를 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꼭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가야만 SF 대작이 나올 수 있다는 편견을 버리고 참신한 소재 발굴에 전념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만을 겨냥한 유치한SF물들은 일반인들의 관심을 더욱 멀리 하는 큰 부작용이 있다는 점도 영화인들이나 TV제작진이 유념해야 할 것이다. 사회 여러 부문에「시기상조」라는 말이 적용되던 시대는 우리나라에서 이제 분명히 지나가고 있다고 믿는다.【박석재<천문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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