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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정비사 시험 구태 의연한 내용 돌팔이 양산 조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현행 자동차 정비 기능사 시험이 구태의연한 내용만 담고 있어 자격을 갖춘 기술자도 최근 대중화되고 있는 전자식 자동차 정비에 엄두를 못 내거나 돌팔이 수리를 하고 있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자동차 고장의 대부분이 연료 분사 장치 등 첨단 전자 장치에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아 자격증만 믿고 가까운 카센터를 찾아간 운전자들은 수리 과정에서 오히려 더 큰 고장을 얻기 일쑤다.
이는 현행 자동차정비기능사시험이 대부분의 자동차에 장착되어 있는 전자회로 등 첨단장치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10여년전 기계식 자동차의 정비 내용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정비 기능사 시험은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에 의해 문제 은행에서 추출해 출제되는데, 지난 83년도 이후 현재까지 내용이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정비 학원이나 직업 훈련소 등에서는 오는 7월에 실시하는 자동차정비 2급 자격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문제은행에 국한한 시험 위주의 교육으로 첨단 장치에 대한 실질적 교육은 거의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엔진의 흡·배기밸브가 두배인「DOHC」자동차가 늘어나고 있고 연료분사장치·기어변속장치도 기계식에서 전자식인「MPi」·오토매틱 등으로 바뀌고 있다. 이밖에 ABS브레이크(1초에 12번 정도 브레이크를 자동으로 작동시키는 장치)와 에어백 등이 자동차에 서서히 장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검정부의 한 관계자는『기능사 시험은 단지 기본적인 정비 내용만 확인하는 것이 본래의 취지』라며『실제 업무를 수행하려면 현장에서 숙련자에게 다시 배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현대자동차써비스㈜이종수 대리(정비관리부기술과)는『서비스센터에 들어오는 자동차의50% 이상이 전자회로 등 첨단장치에 문제가 있는 경우』라며『극단적으로 현행 자동차 정비 기능사 시험은 필요한 내용은 없고 없어도 될 내용만 가득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리는 단순한 전자회로의 접촉 불량인데도 일반 카센터에서 첨단 장치를 잘못 건드려 더 큰 고장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고『이런 경우 보증수리가 안되는 데도 운전자들은 자동차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카센터의 말만 듣고 항의한다』며 운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그래서 요즘 서비스 요원들은 운전자와 정비 문제로 승강이를 벌이면 보증 수리가 되는 자동차는 무조건 자동차메이커의 지정 정비 업소로 오라고 강조한다는 것이다.
서울 신길동 S카센터의 박모씨(46)는 첨단 장비에 대한 정비 기술 부족을 인정하면서도『그렇다고 못 고치겠다고 할 수는 없는 데다 수리비용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손을 대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 대방동 소재K자동차 중장비학원 등 자동차정비학원에서는「MPi교육과정」등 첨단 전자 장치에 대한 정비 특강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박씨는 자동차 정비 자격 시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학원 특강도 좋지만 자동차 메이커는 첨단 장치가 추가 장착되는 경우 사전에 돌팔이수리를 예방할 수 있도록 일반 서비스센터를 대상으로 정기 무료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의무』라며 메이커측의 무성의를 지적했다.<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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