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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캐닝한 계약서도 법적 효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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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11월부터는 차를 사거나 이동통신에 가입할 때 소비자들은 상담원과 함께 전자계약서를 작성하면 된다. PC 모니터를 보며 계약 내용을 확인한 뒤 엔터키를 누르는 것이다. 종이문서를 서너 장씩 받아 빈칸을 채워 넣지 않아도 된다. 보험가입서나 차량계약서를 만기 때까지 몇 년씩 집에 보관할 필요도 없다.

전자문서로 작성한 문서는 물론 기존의 종이계약서를 스캐닝해 전자문서화하면 법적 효력을 인정해 주는 법이 11월부터 시행된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만 편리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도 문서를 산처럼 보관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다. 기업들은 현재 각종 계약서.물품거래서.회계 서류 등 법적으로 1~5년씩 혹은 영구보존해야 하는 문서를 잔뜩 껴안고 있다. 특히 문서 발생량이 많은 은행.보험사.병원 등은 보관료만 해마다 수십억원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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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의 경우 수도권에 있는 4620㎡(약1400평)의 종이문서 창고 운영비로 연간 30억원을 쓴다. 국내 기업의 법적 보존 연한이 있는 종이문서(A4 기준) 의 발생량은 한 해 약 95억 장. 기업이 이를 관리(종이 값.보관.유통.폐기)하는 데 쓰는 돈만 한 해 25조원에 달한다는 것이 산업자원부의 추산이다.

종이계약서가 사라지면 개인의 생활이나 기업의 업무 환경도 바뀐다. 우리은행 이준병 서비스팀장은 "고객들은 계좌를 만들 때 창구에서 직원과 양면 모니터를 보며 계약서를 쓰고 비밀번호를 설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과 기업 간 분쟁이 발생하면 전자문서보관소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

삼성SDS 박갑준 수석은 "기업도 PC 앞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어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현재처럼 문서를 일일이 찾지 않아도 PC에서 얼마든지 해당 문서를 꺼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공인된 전자문서보관소에 맡긴 전자문서에 한해 법적 효력을 인정하기로 했다. 기업이나 관공서가 자체적으로 보관할 경우 위.변조 위험이 있고 보안이나 안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보기술(IT) 업계에도 전자문서화 특수를 누릴 전망이다.

정부의 공인을 받은 KT넷과 LG CNS는 물론 삼성SDS와 포스데이타.동부CNI 같은 시스템 통합업체(SI)들은 전자문서 보관 사업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전자거래진흥원 강현구 전략사업본부장은 "전자문서보관사업 시장 규모는 2010년 3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정훈 기자

◆전자문서=워드프로세스나 PDF 파일 등 전자적 형태로 작성돼 온라인으로 주고 받을 수 있는 문서. 산업자원부는 지난해 말 처음부터 전자문서로 만들어진 문서의 효력을 인정하는 전자거래기본법을 마련했다. 또 기존의 종이문서를 스캐닝한 문서도 법적 효력(전자화문서의 작성절차 및 방법에 관한 규정 공포)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자문서보관소가 11월께 문을 열기 때문에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은 그때부터 발생한다. 부동산 등기부등본.개인 진료기록 등은 전자문서가 통용돼도 여전히 종이문서만 법적 효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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