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내습(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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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폴란드의 고도 크라코프는 11세기에서 16세기에 걸쳐 이 나라의 수도였다. 이곳에 있는 바벨성은 유네스코가 앙코르와트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역사건조물의 하나로 지정한 유물이다. 이 성의 성베드로성당 정면에 서있는 예수의 12제자석상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부식돼 버렸다. 최근 20여년 동안에 진행된 일이다. 1954년부터 이 근처에 레닌제철소를 비롯한 알루미늄제련공장·화학플랜트등 대규모 산업개발이 추진되면서 벌어진 사태였다. 이 공업시설들에서 뿜어내는 매연으로 인한 산성비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동구의 산업시설에서 배출되는 유황산화물은 서구의 두배 이상으로 보고 있다. 유황성분이 많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데다 산업시설이 노후했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기류를 타고 인접국가에까지 확산된다. 서구와 스칸디나비아국가들은 동구로부터 많은 공해피해를 받고 있다.
공해는 국경에 구애됨이 없이 넘나든다. 지금같은 속도로 후발개도국들의 산업화가 추진된다면 금세기 안에 지구상의 유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이 5∼6배로 증가하리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인접국으로부터의 공해피해는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올들어 우리는 중국의 황사내습을 다섯차례나 받았다. 앞으로 두차례쯤 더 있을 것이라 하니 지금까지의 최고기록인 91년보다 두배 가까운 피해가 예상된다.
중국의 사막지역에 가뭄이 장기간 계속 되기 때문이라 한다.
황사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 포함된 납과 카드뮴등 중금속성분이 문제다. 뿐만아니라 산성비의 원인물질인 유황과 질소산화물들의 상당량은 중국 동부해안에 집중돼 있는 산업시설에서 내뿜는 매연이 편서풍에 실려오는 것이라는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다.
공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지금 「굴뚝에서 연기가 나야 국가가 발전한다」는 구호를 신봉하고 있다. 7할이상을 석탄에 의존하는 에너지구조,낡은 생산기술,낙후된 공장관리방식등을 개선하는 일은 중국의 자력으로 만은 불가능하다. 인접국들과 지구적인 관심과 협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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