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세탁 철저… 배후추적 어려움/빠찡꼬대부 수사 이모저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돈흐름 도표작성에 전지 몇장이나 들어/「어깨들」·고급외제차 검찰청사에 장사진
○…정덕진씨 비호세력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연일 철야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서울지검 강력부 수사진들은 8일 『어린이 날도 못쉬었는데 어버이날 자식노릇도 못했다』고 한숨.
수사관계자는 『빠찡꼬업계에서 이름난 업자들은 이미 해외로 출국했거나 소재불명상태여서 장기수사체제를 피할 수 없을 것 같다』면서 『하지만 탈세조사로 수사망을 좁혀가면 결국 나타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여운.
검찰은 『빠찡꼬 업계의 생리는 몸을 다치는 것 보다 자신의 현금수입원이 다치는 것을 더욱 두려워 할 수 밖에 없다』며 수사를 낙관.
○…서울시내 빠찡꼬업소 조사가 이틀째 계속되고 있는 서울지검 주차장에는 빠찡꼬 지분소유자들이 타고온 검은색 벤츠·뷰익·볼보 등 외제 승용차가 줄을 이어 빠찡꼬업계 「부의 수준」을 여실히 입증.
특히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지검 강력부는 12층 복도에는 「어른」을 모시고 나온 어깨들이 장사진을 이루는가 하면 조우한 업자들끼리 어색한 표정으로 상대방의 조사내용을 서로 묻는 등 정보교환에 분주한 모습.
복도에서 이들을 경비하던 한 직원은 『소형차 한대도 갖지 못하고 있는 처지지만 속이야 외제차를 굴리는 저쪽보다 내쪽이 훨씬 편하지 않겠느냐』고 한마디.
○…정씨의 변호인 선임을 사임한 김경회변호사는 이례적으로 사임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힌뒤 8일 오전 11시쯤 서울지검을 방문.
김 변호사는 이날 후배검사들과의 면담에서 자신은 의뢰인으로부터 탈세사범 변호를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응낙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개인적 교류설 등을 강력히 부인.
검찰관계자는 『김 변호사가 서울지검장시절 김태촌 등 조직폭력배와의 전쟁을 진두지휘한 장본인이 본의아니게 실망을 시켰다면 사과한다며 한치의 굽힘이나 두려움없이 수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으라고 격려했다』고 전언.
○…정씨의 본격적인 자금추적에 나선 검찰은 배후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물증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나 착수 1주일이 되도록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해 답답해 하는 모습.
검찰 관계자는 『수표추적결과 정씨가 뭉칫돈을 쓸때도 현금 또는 10만원권의 소액수표만을 애용했을뿐만 아니라 최고 수십번의 돈세탁을 거쳐 심증만 있을뿐 배후세력의 정체가 여간해 잘 나타나지 않는다』며 한숨.
또 돈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키 위해서는 도표를 작성해야 하나 정씨의 실·가명계좌가 1백50여개에 달하는데다 돈세탁을 위해 계좌간에 이루어진 거래 수가 너무 많아 전지를 몇장이나 연결해도 도표를 그리기 어려울 판이라고.
○…김효은경찰청장은 8일 오후 서울과 인천시경국장 재직당시의 빠찡꼬허가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1시간여에 걸쳐 해명.
김 청장은 『87년 6월 인천뉴송도호텔의 빠찡꼬허가당시 영업장이 무허가증축시설에 위치한 것을 모르고 허가했을뿐 일체의 금품수수나 친분 등에 따라 해준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
이같은 해명은 이날 민주당 이협의원이 국회질의에서 「87년당시 인천뉴송도호텔 빠찡꼬 허가자인 김 청장은 허가과정에서 하자가 있었는데도 징계를 받지 않고 경신허가자인 이정룡 전인천시경국장은 이와 관련,사표를 냈다」는 지적에 따른 것.
김 청장은 91년 5월 허가·경신이 문제 돼 자체감찰조사를 벌였으나 경찰의 징계기준인 징계사유가 행해진 뒤 3년이 지나 자신은 징계 등 처벌을 받지 않았고 이 전국장은 이에 해당돼 징계가 불가피해지자 자진사표를 냈었다고 말했다.
○…정덕진씨 수사과정에서 빠찡꼬 지분소유자 등 배후인물로 고위경찰관 10여명이 있다는 보도가 연일 계속되자 경찰은 이들의 명단파악에 분주. 경찰은 정보수집을 위해 검찰과 언론사 등에 선을 대는 한편 『검찰과 정계의 모모인사도 연루됐다』는 확인 불가능한 소문을 퍼뜨리는 등 경찰에 집중된 이목을 분산시키기위한 맞불작전도 구사.
이와 관련,경찰내부에서는 『차제에 이 사건뿐 아니라 각종 이권·청탁 등에 연루된 고위간부들이 적나라하게 밝혀져 「정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강경론과 『각종 변혁기때마다 힘없는 경찰만 골병이 든다』는 자조론이 분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