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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강사 연구비 갈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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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 사립 명문대학의 한 시간강사가 교수 신규 임용과 연구비 지원을 둘러싼 교수들의 비리 행태를 고발하는 글을 실명으로 이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 파문이 일고 있다.

Y대학 독문과에서 시간강사로 12년째 일해온 金모(46)씨는 8일 '나는 고발한다'는 제목으로 글을 띄웠다. 일부 교수가 강사들의 연구비를 횡령.착복하고 교수 신규 임용에서 비상식적인 평가기준을 적용해 특정 지원자를 선발했다는 주장이었다.

金씨는 실명을 거론하며 "K교수는 자신이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한 한 연구 프로젝트에서 학술진흥재단이 규정하고 있는 3백만원만 받아야 하는데도 강사들의 인건비를 가로채 1천만원을 수령했다"며 "모 대학 교수인 자기 부인을 프로젝트 신청 당일 연구자 명단에 집어넣었다"고 밝혔다.

金씨는 또 "다른 K교수 역시 비슷한 방식으로 강사들이 받는 연구비의 일정액을 관행처럼 갈취해왔다"고 말했다.

金씨는 이어 자신이 지원했다가 탈락한 교수 신규 임용에 관해서도 "특정 지원자를 밀기 위해 평가 내역에서 연구 업적의 비중을 낮춰 연구논문이 40여편에 달하는 나 대신 3편에 불과한 다른 지원자가 선발됐다"고 지적했다.

金씨는 이날 학술진흥재단에 연구비 횡령 및 공금 유용 등을 이유로 K교수 등 3명에 대해 진정서를 냈다.

이에 대해 K교수 등 해당 교수들은 "연구원들의 동의와 합의를 얻어 참고문헌 구입비 등 연구소 운영을 위해 일부 돈을 모은 것을 개인적 착복이라고 비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K교수는 또 "아내는 공동연구 프로젝트의 해당 분야 연구원으로 정당한 절차에 의해 참여한 것"이라며 "교수 임용은 학교가 정하는 규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된다"고 해명했다.

해당 교수들은 "金씨가 임용 탈락 후 이런 글을 쓴 데는 의도가 있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대학 측은 "학교 본부에서 문과대학 측에 실태 파악을 지시했다"며 "임용 문제는 자체 감사를 통해 진상을 파악한 뒤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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