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자시장 매력 잃었다/해외돈줄들 속속 방향전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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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경기침체·통제 강화등 영향/일인,유럽·아시아에 새눈독
80년대 중반부터 부동산을 매입하는등 대미 직접투자에 열을 올렸던 외국투자가들이 세계경기침체와 미당국의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통제강화 움직임등으로 투자 회수에 나서고 있다.
미상무부는 최근 발표자료에서 1950년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외국인투자가들이 회수해간 금액이 투자액보다 39억5천만달러나 많았다고 밝혔다.
미상무부는 1950년부터 매년 외국인 직접 투자 통계를 발표해왔다.
이같은 현상은 지금까지 대미 투자를 주도해온 일본인 투자가들이 기존의 미국투자를 재조정하거나 서유럽이나 아시아로 신규투자를 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투자가들의 대미직접 투자는 피크를 이루던 지난 88년에는 1백65억달러에 달했으나 그후 계속 떨어져 91년에는 51억달러,지난해에는 8억달러에 그쳤다.
미상무부가 발표하는 직접투자의 범주에는 부동산 매입,지분이 10%를 넘는 기업투자,미국내 외국기업의 자회사에 대한 투자만 포함되고 미주식 및 증권·은행예금등은 들어가지 않는다.
일본인의 외국투자를 집중 분석하는 케네스 레벤설 앤드 컴퍼니사는 이와관련,미국 부동산가격의 하락·일본 거품경제의 「폭발」과 주가하락등으로 일본인이 사실상 대미투자에서 손을 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외국투자가들이 미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할 염려가 덜한 소규모 투자로도 기술획득등 소기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도 대미 투자감소의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제경제학 연구소의 연구원인 에드워드 그레이엄은 『미국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모두 재미를 본 것은 아니다.
미국투자에서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외국인투자가들이 실패작 정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뉴욕에 있는 일본투자가단체가 발표한 통계에서 일본인이 투자한 미국기업중 91년에 이익을 낸 기업은 전체의 40%에 지나지 않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투자 미국기업들이 이익을 얻었다해도 투자액에 비해서는 이익규모가 형편없이 작다.
미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투자가들이 총대미투자 2조3천억달러로 벌어들인 이익이 4억4백만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이것도 91년 실질 투자수익이 마이너스 37억달러였던데 비해서는 크게 개선된 것이다.
일본인이 미국에 투자했다 실패한 대표적인 케이스는 유명한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코스. 이 골프코스를 8억4천만달러에 구입해 미국인들을 놀라게 했던 일본인 실업가 이스타니 미노루는 구입 2년도 안돼 3억4천만달러를 손해보고 5억달러에 팔아 넘겨야만 했다.
이 경우와는 다르지만 일본기업들이 미국의 자존심으로 일컬어지는 록펠러 센터와 컬럼비아영화사를 매입한 것도 일본기업들의 미국내 이미지만 크게 손상시킨 것으로 비난받았다.
이런 굵직한 기업들이 일본인에게 넘어간 후 미국사회에선 이러다간 일본이 미국을 삼키지 않나 하는 위기의식이 팽배했으며 그런 내용의 소설인 마이클 크리튼의 『떠오르는 태양』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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