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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류 타는 '北 핵포기 오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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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지난 6일 AFP통신은 북한이 핵 문제와 관련, '과감한 양보'를 했다고 긴급 타전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논평을 인용해 "북한이 (핵 문제 해결의) 첫단계 조치로 핵무기의 실험과 생산을 하지 않으며 평화적 핵동력 공업까지 중단할 용의를 밝혔다"고 보도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밝힌 '과감한 양보'는 이미 지난해 12월 19일 외무성 대변인 발표와 12월 15일자 노동신문에 실린 내용이었다.

AFP통신 서울 지국의 찰스 웰란 특파원은 구문을 긴급뉴스로 타전한 이유에 대해 "논평이 과거 발표보다 구체적인 것 같았다"고 말했으나 "무엇이 더 구체적이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 보도는 뉴욕 타임스와 CNN 등 전 세계 주요 언론에 중요 기사로 취급됐다. 문제의 오보가 전 세계 주요 매체를 휩쓸게 된 데는 '리비아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 리비아의 국가원수 무아마르 카다피가 지난해 12월 19일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WMD)를 전면 포기한다고 선언한 이래 국제사회에서는 '다음은 김정일 차례'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따라서 AFP발 기사가 그 조짐을 읽은 것으로 보일 수 있었다.

그러나 콜린 파월 미 국무부 장관은 이틀 연속 북한이 늘 해오던 얘기를 새로운 것인양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는 분명치 않다. 파월 장관은 6일엔 "고무적"이라고 했다가 7일엔 "북한 발표가 돌파구나 특별히 혁신적인 것은 아니다"고 발을 빼면서도 "진일보한 긍정적 조치"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한을 고무해 6자회담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포석일 수도 있고, 실제로 중국.북한 간의 대화채널에서 모종의 진전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월 장관은 이날 "우리가 마주보고 있지 않다고 해서 상호 간 대화와 접촉을 하고 있지 않은 것이 아니다"며 모종의 접촉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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