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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전문점 요시노야 '변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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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8일 낮 일본 도쿄 중심가인 유라쿠초(有樂町)역 바로 옆에 위치한 요시노야(吉野屋).

일본을 대표하는 쇠고기 덮밥 전문 체인인 이곳에 지난 6일 오후부터 '카레 덮밥'이라는 새로운 메뉴가 등장했다. 지난달 24일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된 직후 일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쇠고기 재고가 바닥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요시노야는 쓰고 있는 쇠고기의 99%가 미국산이다.

점포 관계자는 "다음달 10일께 쇠고기 덮밥 집에서 쇠고기 덮밥이 사라지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질 판"이라며 "대체 상품으로 카레 덮밥에 이어 닭고기 덮밥과 연어알 덮밥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정은 전국에 9백80곳의 체인점을 가지고 있는 요시노야뿐만이 아니다. 5백67개 체인점을 가진 업계 2위 마쓰야(松屋)나 4백83개 체인점의 젠쇼 등도 미국산 쇠고기 재고가 1개월분밖에 없다.

쇠고기 덮밥 업체들은 부랴부랴 24시간 영업 체제를 하루 14시간 영업 체제로 단축하는 등 비상체제로 전환하고 있지만 결국은 앞으로 한달 정도를 '한계'로 보고 있다. 따라서 문을 닫지 않는 한 다른 메뉴로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 것이다. 그러나 신규 메뉴의 가격이 모두 4백엔 이상으로 기존 쇠고기 덮밥(2백60엔)보다 훨씬 비싸 과연 고객을 유인할 수 있을지 업체들은 고민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마지막 방법으로 미국산 쇠고기를 호주산 쇠고기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다.

호주산 쇠고기의 절대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맛도 뒤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섣불리 호주산 쇠고기로 바꿨다가 기존 고객마저 잃을 가능성이 큰 만큼 당장은 피해가 있겠지만 수입금지가 풀린 후 다시 옛 고객을 끌어오는 쪽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게다가 광우병 사태가 일어난 이후 쇠고기를 확보하려면 상당한 웃돈을 지급하지 않으면 안 돼 이래저래 호주산으로 바꾸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같은 '위기'는 쇠고기 덮밥 업체만 겪는 게 아니다.

일본 맥도널드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미국산 쇠고기를 사용한 '프랭크 버거'(1백50엔) 판매를 전격 중단했다. 회사 측은 이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액만 1억엔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패밀리 레스토랑들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의존도가 ▶조나단 60%▶폭스.로열호스트 50%▶스카이락 20%여서 현 재고로는 길어야 3개월 정도를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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