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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씨 추적 「집념의 4년」/「빠찡꼬 대부」 구속한 홍준표검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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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비호세력들 밝혀지면 누구라도 사법처리”/전기환씨·광주PJ파 32명 협박속에 구속
검찰이 빠징꼬의 대부 정덕진씨(53)를 구속함으로써 「제2의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선데에는 4년간에 걸친 한 수사검사의 집념이 서려있다. 88년 노량진수산시장사건을 터뜨려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서울지검 강력부 홍준표검사(38).
홍 검사는 4일 정씨를 구속함으로써 폭력세계는 물론 이들과 「검은 거래」를 맺어 온 각계의 비호세력들에 선전포고를 한 셈이 됐다.
『김태촌 등 조직폭력배를 아무리 잡아넣어도 이들에게 자금을 대주고 보호하는 배후세력들을 뿌리뽑지 않는한 이 땅에서 폭력배는 사라지지 않는다』는게 홍 검사의 오랜 지론.
홍 검사는 89년부터 「밤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정씨에 대한 자료수집을 시작,4년간의 집요한 추적끝에 그간 꼬리를 잡히지 않던 정씨를 구속하는데 성공했다.
85년 청주지검 검사로 첫 발령을 받은 홍 검사는 수사검사로서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었다.
전두환 전대통령의 세력이 건재하던 88년 노량진수산시장사건 수사에서 검찰 안팎의 압력과 만류를 뿌리치고 전 전대통령의 친형인 전기환씨 등 관련자 10여명을 잡아넣은 것이 홍 검사의 가장 유명한 사건이다.
홍 검사는 91년 3월 광주지검으로 발령 받은뒤에도 광주일대 건설현장을 무대로 주먹을 휘둘렀던 광주PJ파 소탕에 나서 일당 32명을 구속하기도 했다.
그때도 원한을 품은 잔당들이 협박전화와 함께 집으로 생선회칼을 소포에 넣어 배달하는 등 위협이 계속됐으나 그는 끝내 굴하지 않고 조직폭력배들을 일망타진했다. 이로인해 그에겐 「조폭 검사」라는 별명이 붙게됐고 폭력배들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조직폭력배수사상 문제점」이란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홍 검사는 『정씨의 구속은 시작일뿐 싸움은 이제부터』라며 『1백50여개의 가명계좌를 추적해 돈을 받은 배후가 밝혀질 경우 누구라도 척결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검사의 뜻대로 폭력배 비호세력을 완전히 소탕할 수 있다면 「한국판 피에트로검사」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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