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 감방서 갑갑한 「독거」/비리관련 거물들 풀죽은 수감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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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잠 제대로 못자고 요통 등 하소연도
최근 잇따라 검찰의 사정칼날에 「치인」 허만일 전 문화차관·김문기 전 민자의원·이동근 민주의원·안영모동화은행장·김종호 전 해군참모총장·정용후 전 공군참모총장·조기엽 전 해병사령관 등은 모두 4일 현재 미결수 신분으로 경기도 의왕시 포이동 서울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이들은 소위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세인의 주목을 받은 「물의사범」으로 구분돼 3명 이상이 방을 함께 쓰는 일반형 사범들과 달리 「독거」중이다.
교정당국은 물의사범을 일반 형사범이나 강력범과 함께 「혼거」시킬 경우 예기치 못한 불상사가 일어날 우려가 있어 이들을 별도 관리하면서 별개의 동에 분산시켜 오전과 오후 30분가량 동별로 딸린 운동장에서 갖는 운동시간에도 서로 접촉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독거생활은 물의사범에 대한 엉뚱한 「해코지」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지만 하루종일 변기가 딸린 1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대화할 상대나 노역도 없이 혼자 지내며 신문이나 책을 읽는 것이 수감자 소일거리의 전부이고 보면 예우라기 보다는 오히려 곤욕에 가깝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
이들중 3월27일 가장 먼저 구속된 허 전 차관은 지난달 23일 1차 공판에서 징역 3년에 추징금 3천만원을 구형받고 6일로 예정된 선고기일을 기다리고 있다.
허 전 차관은 한달여의 수감생활에 요통 등을 얻어 『몹시 괴롭다』고 하소연하고 있으며,3월31일 구속된 김 전 의원도 평소 복용해오던 한약재가 보안상 이유로 반입되지 않고 목에 두드러기까지 생기는 등 건강이 썩 좋은 편은 아니라고 변호인들이 전한다.
또 최근 구속된 김·정 전 참모총장이나 조 전 사령관·안 행장 등은 소내생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김·정 전 참모총장이나 조 전 사령관은 앞으로도 검찰에 재소환돼 국방부 수사결과를 토대로 여죄를 재추궁당해야 하는 형편이어서 군시절 수없이 거쳤을 일조·일석점호때에도 굳은 표정이라는 것.
구치소의 경우 재소자의 안전사고 등을 방지하기 위해 잠자는 시간에도 소등을 하지 않아 사회지도층 신분의 「초보」재소자들은 한동안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며 영양사의 조리를 거친 사식도 불안한 심리상태와 운동부족 등이 겹쳐 소화를 제대로 못하는 등 적응기간을 거치는 것이 보통이라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권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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