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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사민당총재 정계은퇴/엥홀름/87년선거 「거짓증언」 인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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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베를린=유재식특파원】 독일 제1야당인 사민당(SPD)의 총재로 94년 총선에서 헬무트 콜 총리와 격돌이 예상됐던 비외른 엥홀름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지사가 3일 정계를 은퇴했다.
엥홀름총재는 이날 본에서 임시 당지도부회의를 마친뒤 기자회견을 통해 사민당 총재 및 94년 총선의 총리후보,그리고 주지사 등 모든 공직에서 사퇴한다고 말했다. 엥홀름총재는 기자회견에서 『87년 주의회 선거 당시의 이른바 「바르셸 사건」과 관련,주의회 조사위원회에서 거짓증언을 했다』고 밝혔다.
엥홀름총재는 87년 9월 치러진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주의회 선거에서 기민당(CDU)의 우베 바르셸 당시 주지사가 엥홀름총재를 상대로 펼친 흑색선전 공작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폭로되면서 공직사퇴 압력을 받아왔다.
사민당 총재직은 오는 11월의 전당대회에서 공직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요하네스 라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지사가 임시로 맡게되며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지사직은 이주의 하이데 시모니스부지사겸 재무장관이 오는 15일까지 대행하게 됐다.
엥홀름총재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당 총재겸 94년 총선 총리후보에는 이미 이날 출마의사를 밝힌 게르하르트 슈뢰더 니더작센주지사와 레나테 슈미트 바이에른 지구당위원장,루돌프 샤르핑 라인란트­팔츠주지사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는 가운데 헬무트 슈미트 전총리도 후보에 다시 나설 뜻을 비쳐 이들간의 각축이 예상된다.
◎독 제1야당 위기부른 엥홀름사임/슈피겔지서 폭로한 「독일판 워터게이트」/인기조사선 콜총리보다 줄곧 앞서나가(해설)
비외른 엥홀름 독일 사민당 총재의 사임은 시사주간 슈피겔지가 『「바르셸 사건」 조사위에서 엥홀름총재가 거짓증언을 했다』는 사실을 폭로한 것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엥홀름총재는 87년 9월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의회선거 당시 기민당(CDU)의 우베 바르셸 주지사가 엥홀름후보를 상대로 전개한 흑색선전 공작을 선거 당일인 13일 밤 비로소 알았다고 87년 11월 주의회의 「바르셸 사건」 조사위에서 증언했다. 그러나 슈피겔지는 3일자에서 『이는 사실과 다르며 엥홀름총재는 이보다 6일전에 사민당의 변호사인 페터 슐츠로부터 흑색선전의 내막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독일판 워터게이트」로 불리는 이 사건은 87년 슐레스비히­홀슈타인주 의회 선거관련 부정사건이다. 당시 주지사였던 바르셸은 기민당의 인기하락을 막기 위해 엥홀름을 상대로 흑색선전을 폈다. 엥홀름의 탈세설은 물론 그가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등 40여가지의 온갖 흑색선전도 모자라 바르셸은 자신의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이 혐의를 엥홀름에게 뒤집어 씌우려 했다.
이같은 사실은 그러나 바르셸의 홍보담당 책임자였던 라이너 파이퍼가 슈피겔지에 선거 하루전에 폭로,공개됐다.
이 선거에서 기민당이 신승을 거둬 과도정부를 구성했으나 이같은 부정이 폭로돼 바르셸은 결국 2주후 사임하게 됐고 한달뒤 스위스의 한 호텔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그의 사인을 자살로 추정했으나 정확한 사실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88년 5월 실시된 재선거에서 엥홀름은 54.8%의 압도적인 지지로 승리,주지사에 선출됐고 92년 선거에서도 46.2%의 지지로 승리했다.
이후 6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이 사건이 거의 잊혀져갈 무렵인 지난 3월 엥홀름의 측근인 권터 얀젠 보사장관이 지난 88년과 89년 파이퍼에게 5만마르크(한화 약 2천5백만원)를 건네줬다는 사실이 파이퍼를 통해 밝혀지면서 이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됐다. 이 돈이 무엇에 대한 대가였느냐는 것이었다.
이 사건이 알려진 이후 87년 당시 엥홀름측과 파이퍼의 접촉에 대한 의문은 계속됐지만 엥홀름은 사전 접촉설을 부인해왔다.
그간 각종 인기조사에서 헬무트 콜총리에 앞서던 엥홀름총재가 독일사람들이 가장 불명예스럽게 생각하는 「부정직」 혐의로 퇴장,총선을 17개월 앞둔 사민당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베를린=유재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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