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제작 "활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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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독립영화의 제작이 활발하다. 상업영화권 밖에서 만들어지는 영화를 일컫는 독립영화는 그 제작편수도 꾸준히 늘고있을 뿐 아니라 몇몇 작품은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국제적인 성가도 얻고 있다.
80년대의 독립영화는 아무래도 폭압적인 정치권력에 맞선다는 의미에서 변혁 지향적 성격이 우선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90년대의 독립영화는 이데올로기적 경직성에서 벗어나 다양한 영화적 표현의 가능성에 치중한다는 점에서 전시대와의 차별성이 드러난다.
제도권에 해당되는 이른바 충무로영화에서 기대할 수 없는 참신한 영화적 상상력의 표현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변혁씨와 이재용씨가 91년에 만든 『호모 비디오쿠스』는 영상매체가 지배하는 시대의 인간성 파괴를 우의적으로 묘사한 작품. 지난해 샌프란시스코영화제에서 작품상에 해당하는 골든브리지상을 받았고, 올 초에는 프랑스의 클레르몽-페랑 영화제에서 예술공헌상을 받아 한국독립영화의 수준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줬다.
독립영화로는 드물게 35㎜로 만든 김성수씨의『비명도시』는 현대도시의 비인간적 풍토를 비판한 작품으로 현재 일본 고베영하제 본선에 진출해 있다.
이밖에도 김윤태씨의『웨트드림(Wet Dream)』등이 해외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은바있다. 독립영화협의회는 매달마지막주 금요일마다 독립영화발표회를 여는 등 대중적인 기반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회원들의 작품과 각 대학 영화과·영화서클에서 만들어진 작품 중 우수작을 뽑아 상영하고 있다.
영하학과 학생들 외에 일반인에게 널리 문호를 개방하고 있는 이 협의회는 1년에 3회 워크숍도 운영하고 있다. 보통 3개월 정도 소요되는 이 워크숍에는 20∼30명이 참가해 기초부터 16㎜작품발표회까지 갖는다.
독립영화단체로는 가장 널리 알려져 있는 「장산곶매」는 나름대로의 작품 배급망도 갖추고 있어 이런 단체로서는 썩 체계가 잡혀있는 편. 이들은 현재 농민문제를 다룬 16㎜장편영화『그 땅의 사람들』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조직된 독립영화창작후원회의 활동도 독립영화의 입지를 강화하는데 큰 몫을 하고 있다. 대안적 영화문화를 본격적으로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독립영화의 꾸준한 제작이 필수적이라는 취지에서 설립된 이 모임은 1년에 두 편의 우수작을 공모해 제작비를 지원해주고 있다. 김성수씨의 『비명도시』도 독립영하창작후원회의지원을 받은 작품이다.
정부당국에서도 독립영화를 보던 종래의 이데올로기 편향적 시각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지원을 강구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규제위주의 사고방식에서 탈피, 독립영화가 영화문화의 다양화에 기여한다는 관점에서 효율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체계적인 영하인 양성제도가 절대부족한 우리 현실에서 독립 영화가 새로운 영하인력의 창출에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 견해는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임재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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