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피 향 흐르는 돌담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드립 커피(Drip coffee)와 걷기의 공통점? 바로 ‘느림의 미학’이다.드립커피 만들기는 에스프레소(espresso)에 비하면 번거롭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주전자를 높이 들고 뜨거운 물을 조심스럽게 붓는 과정을 반복하는 일은 팔에 알통이 생길 정도로 힘들다. 걷기도 마찬가지다.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보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다. 하지만 드립커피와 걷기, 모두 향기롭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낸다. 찻잔 속으로 ‘천천히 떨어지는’ 드립커피는 원두 고유의 풍미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천천히 걷는’ 산책은 그동안 바쁘게 사느라 무관심했던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돌아오는 주말, ‘향기로운 느림의 미학’을 경험하고 싶다면 부암동에서 광화문일대까지, 커피향 흐르는 거리를 추천한다. 정성스러운 드립커피 한 잔과 함께 산책하기 딱 좋은 곳이다.

북악산 자락에서 눈부신 야경과 만나다, 부암동
서울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자락에 둥지를 틀고 있는 부암동. 그동안 북악스카이웨이 드라이브 코스 정도로만 알려졌던 이곳에 산책로가 생겼다. 7월부터 서울성곽 자유탐방이 시작되면서 창의문 출발 코스가 위치한 부암동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자하문 고개를 넘어서면 산 언저리 사이로 옹기종기 예쁜 집들이 들어선 마을이 나타난다. 자하문 오른편 오르막길을 따라가면 환기미술관과 북악스카이웨이 등산길이 보인다.
여기서 북악산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인기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일명 ‘쓸자네’로 불리는 고급주택가를 찾을 수 있다. 이 부근에는 드라마에 나오는 가게만큼이나 유명한 커피전문점 ‘클럽 에스프레소’가 있다. 커피를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견학 오는 코스로, 일부러 이곳의 커피 맛을 보기 위해 지방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실내로 들어서면 고소한 커피향이 먼저 반긴다. 주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의자와 탁자 등의 소품에서는 정성이 느껴진다. 카페 3층에는 생두를 볶는 배전실과 커피연구실이 있다.
클럽 에스프레소는 6년 전 대학로를 떠나 부암동으로 이전했다. 마은식 사장은 “기존의 카페들과 차별화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부암동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대안적 문화공간을 만들기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비나 눈이 올 때 찾아와도 운치가 느껴지는 곳이다. 특히 밤이면 서울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경이 일품”이라며 부암동 예찬론을 폈다.

클럽 에스프레소
* 찾아가기
- 경복궁역 4번 출구에서 효자동 방향으로 올라와 자하문 터널 윗길, 창의문을 지나 오른쪽에 위치(40분 소요)
성북동 방향에서 북악스카이웨이 산책길을 따라 걷는 코스(2시간 소요)
* 영업시간 : 오전 9:30 ~ 밤 11:30
* 국내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터키식 커피를 비롯해 대부분의 커피는 5,000원대(아이스커피를 원할 경우 1,000원 추가)
직접 만든 쿠키와 조각 케이크 각 4,000원

경복궁 돌담길 따라 여유로움을 낚다, 효자동
부암동에서 산 아래로 내려오면 소박한 일탈을 누리기 좋은 효자동이 나타난다. 효자동은 전체적으로 한적한 동네다. 평일에도 사람들로 가득한 삼청동에 비해 상업적인 북적거림이 없다. 언제든 경복궁 돌담길 사이로 낭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경복궁역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걸으면 서울고궁박물관과 금호미술관을 들러볼 수 있다. 청와대에서 행사가 있는 날에는 전통의상을 갖춘 의전행렬도 볼 수 있다. 호젓한 분위기 덕분에 혼자라도 어색함 없이 거닐 수 있는 거리다.
경복궁 돌담길을 걸을 무렵, 아담한 카페 ‘The FAN’의 토스트 굽는 소리와 커피 내리는 향기가 돌담길 사이로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너무 작은 가게인데다 간판도 없어서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일단 카페 안으로 들어서면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나름의 이야기를 상상케 하는 느낌이 좋다.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커피와 함께 달콤한 바나나 토스트를 먹어보길 권한다.

The FAN
* 찾아가기 : 광화문역 4번 출구에서 경복궁 돌담길을 따라가다 대림미술관 가기 전에 위치(7분 소요)                    
* 영업시간 : 오전 11:00 ~ 저녁 7:00
* 유기농 원두커피 5,000원 / 바나나 토스트 6,000원대


세월을 가둬 둔 골목길과 벗하다, 광화문
번잡한 광화문 사거리를 살짝 벗어나 신문로와 내수동 일대로 들어서면 커피 볶는 향기가 골목 어귀까지 피어오른다. 광화문역에서 세종문화회관 뒷골목을 따라 신문로에 이르기까지, 미로처럼 복잡하게 얽힌 골목 안에는 로스팅으로 유명한 커피전문점들이 자리 잡고 있다.
내수동 성곡미술관 건너편, 길을 잘 찾아 들어오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든 주택가 안에 위치한 카페 ‘커피스트’는 도심 한가운데라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한적한 곳에 위치해서 평일 낮에도 여유로운 커피타임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현재 이화여대 사회교육원에서 커피전문가 과정을 강의하는 조윤정 사장은 커피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인사다. “찾기가 쉽지는 않지만 커피 맛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적은 곳에 가게를 열 수 있었다. 이제는 입소문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휴일이면 성곡미술관과 광화문 일대를 산책하는 사람들 또는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내수동에서 신문로 방향으로 걸음을 옮겨 강북삼성병원 앞 야트막한 언덕길을 오르면 ‘커피와 쟁이’라는 카페를 발견할 수 있다. 미국과 일본, 이탈리아 등지를 돌며 커피를 만드는 전 과정을 배웠다는 배인준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한켠에 원두 볶는 배전기가 놓여있는 카페 안에서는 고소 쌉싸래한 커피향이 풍긴다. 바에 앉으면 타카히로 드립포트 파지법을 사용한 독특한 드립 방식으로 커피 만드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다.

☞타카히로 드립포트 파지법
타카히로 드립포트는 원두를 드립할 때 물조절이 잘 되는 일본산 포트(주전자)를 말한다. 드립포트를 사용해 원두에 일정한 방식에 따라 물을 붓는 것을 파지법이라고 일컫는다.

커피스트
*찾아가기 : 광화문 1번 출구로 나와 미로 스페이스 바로 옆 골목길을 따라 걷는다. 성곡미술관 맞은편 위치(15분 소요)
* 영업시간 : 평일 오전 11:00 ~ 밤 10:00 / 일요일 오후 2:00~ 저녁 8:00
* 에스프레소 4,000원 / 유기농 커피 5,000원대

커피와 쟁이
* 찾아가기 : 광화문역 1번 출구 혹은 서대문역 4번 출구로 나와 강북삼성병원 정문 앞 언덕길(20분 소요)
* 영업시간 : 오전 10:30~ 밤 10:00
* 매일 원두의 상태에 따라 그날의 추천메뉴가 달라진다. 유기농 원두커피 5,000원대

박혜민 인턴기자 hyeumi@joins.com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