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회 사무처도 개혁대상 많다”/여의도에 괴문서소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실무 어두운 군·TK출신에 화살/음해풍토 문제지만 내용엔 공감
27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는 「국회 내부에도 개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된 5쪽분량의 유인물이 나돌았다.
출처나 작성자 이름이 없는 이 「괴문서」는 처음에는 수십장 정도가 뿌려졌을 것으로 국회관계자는 추측했다.
그러나 국회 직원들이 서로 쉬쉬하면서도 큰 관심을 갖고 다투어 복사해 가는 통에 원본보다 사본이 훨씬 많아졌다.
잘 짜인 문장의 이 문서내용은 매우 신랄하다.
국회사무처의 차관급이상 간부 전원,즉 이광로사무총장(장관급)·김성훈입법차장·박조현행정차장·박종일국회도서관장(이상 차관급)과 차관보급인 전문위원 2명의 전력을 구체적으로 들며 「개혁의 대상」이라고 비판했다.
문서는 「문민시대의 장이 열리고 신한국창조를 위한 김영삼대통령 주도의 과감한 개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볼 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경의와 찬사를 금할 길 없습니다」로 시작된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비판이 이어진다.
「…은 군장성출신으로 국보위 내무분과위원장과 여당 전국구의원을 지냈을뿐 행정경험은 물론 국회에서 종사한 일이 전혀 없으며」「…도 5공때 육군대령으로 예편,국방위 전문위원으로 국회에 입문하여 실무경험이 전무하며」「…은 3공때 의장실비서관 출신으로 그후 공화당사무국에 있다가 국회 전문위원으로 임명되어 실무경험이 전무하고」「…은 80년 비리공무원으로 면직되었다가 박준규국회의장의 특별배려로 면직당시의 직급보다 상위직급으로 임명되었고」….
문서는 국회간부의 외부기용,TK출신우대 등을 비판하고 80년 국회공무원 숙정을 주도했다는 전문위원 2명과 「몇년째 1주에 2,3일 정도만 출근해 오전만 근무하면서도 봉급은 꼬박꼬박 받아가는」 한 도서관직원(서기관)도 문제삼고 있다.
국회사무처는 신임 이만섭의장이 선출된 날 이같은 소동이 벌어진 데 적이 난감해 하고 있다.
경위조사에 나선 감사관실의 한 관계자는 『문서를 입수해 조사중이나 아직 단서를 잡지 못했다』며 『내용으로 보아 국회 사정에 상당히 정통한 사람이 작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문투의 문장을 능숙히 구사한 점으로 보아 40대이상인 자가 작성한 것 같다』고 추측하면서 『작성자가 밝혀질 경우 국가공무원법 관련규정에 따라 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이 괴문서가 한 개인의 사감이라기보다는 상당수 국회 직원들의 불만을 대변하고 있으며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간부들은 『못된 음해풍조가 의사당에까지 번졌다』고 성토하면서도 이런 측면때문에 입장이 난처한듯 하다.
입법고시 출신의 한 간부는 『비록 방법은 정도가 아니지만 문서내용이 많은 동료·후배들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우리들중에는 행정부에 몰아치고 있는 개혁작업을 부러워하는 시각도 적지않다』고 그는 덧붙였다.<노재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