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규범 면밀검토 아쉽다/듀폰사 반덤핑 왜 좌절됐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대미통상관계 의식 「수용」 측면도
정부가 결단을 내려 91년 미국 듀폰사의 폴리아세틸수지에 대해 매겼던 사상 첫 덤핑방지관세가 좌절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스위스에서 열린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회의에서 『듀폰사에 대한 반덤핑판정은 GATT규정이 요청하는 논리적 근거가 모자라므로 GATT규정에 일치시켜야 한다』는 GATT패널(조사) 결과에 대해 27일 우리 정부가 수용입장을 밝힌 것이다(중앙일보 26일자 9면 참조).
이는 사실상 우리가 듀폰사에 대한 관세부과(4%)를 철회하거나 부과기간 연장을 하지않아야 할 것임을 뜻하는 것이어서 이를 주관한 무역위원회와 관세위원회에는 「망신」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물론 우리의 패소임을 애써 부인하며 「일종의 무승부」라고 주장하고있다.
GATT패널의 결론이 완곡했고 한국의 반덤핑법령을 GATT규정에 일치시켜야 한다는 등의 미국측 요청은 판단을 유보해 사실상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건은 국제규범에 대한 면밀한 검토없이 「애국심」으로 통상문제를 풀어갈 때 생길 수 있는 오류에 대한 교훈을 남기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또한 이번 건에는 약소국의 비애라는 측면도 있다. 미국과 캐나다도 GATT패널에서 각각 3건과 2건씩 패소한 경험이 있지만 『국내법에 취소절차가 없다』며 버티고 넘아갔었으나 우리는 대미통상관계를 의식,순순히 「수용」한 것이다.
선진국 논리위주로 되어있는 GATT의 덤핑규정 역시 개도국 입장이 반영되도록 시정시키는 외교노력이 요청된다.<김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