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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돈」추적 은감원 “사상 최고 바쁜 나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줄줄이 터지는 비리… 일감 산더미/40여명 각 은행 나가 전표·수표와 씨름
정·관가에 휘몰아치고 있는 개혁태풍 탓으로 은행감독원 검사 6국이 요즘 폭주하는 업무에 파묻혀 영 일이 없다.
경원학원 입시부정과 교수채용비리,대입답안지 유출사건,김종호 전해군참모총장의 진급수뢰비리,럭키개발 관급공사 수주사건 등 각종 비리사건들이 고구마줄기처럼 줄줄이 터져나오면서 검·경찰 등 수사기관이 의뢰해 오는 자금추적을 하느라 이들은 62년 은행감독원이 생긴이래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은행감독원 11개국중 감사원과 검·경찰 등 외부사정기관의 업무협조 요청에 따라 「검은 돈」의 흐름을 전문적으로 추적하는 부서가 바로 검사6국.
자금추적 의뢰가 들어오면 모두 이곳으로 배정돼 40여명의 검사요원들이 각 은행의 협조로 수표나 예금계좌 추적작업에 나서게 된다. 예금계좌 유무나 입출금 내용 등 간단한 추적은 금융전산망을 통해 하루 이틀 사이에 간단히 끝낼 수 있지만 돈세탁 과정을 거치거나 여러사람의 손으로 오간 검은 돈의 흐름을 쫓기위해서는 직원들이 직접 해당은행에 나가 산더미같은 입출금 전표를 뒤지고 수표의 이서내용을 쫓아야 하기 때문에 몇주일씩 긴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은행감독원은 업무의 공개를 극도로 꺼려 정확한 내용은 밖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검사6국이 하루에 추적하는 검은 돈은 적은 날은 수건에서 많을때는 한꺼번에 수십건에 이른다는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것도 밀려드는 의뢰중 중요한 것을 거르고 거른 것이라는 설명.
이처럼 업무가 폭주하자 기관별로 어떻게 공평히 순서를 지켜주느냐는 것이 검사6국의 또 다른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경원학원 교수채용 비리를 수사한 서울경찰청이 91년에서 93년 사이에 경원학원에 채용된 교수와 그 직계가족의 예금계좌 3백여개의 긴급추적을 의뢰했으나 일이 밀려 진도가 늦어지면서 「소리」가 나기도 했다. 경찰 고위관계자가 직접 찾아가 독촉했다가 『감사원·검찰이 의뢰한 업무가 너무 밀려 늦을 수 밖에 없다』고 하자 『돈추적도 끗발순이냐』는 불평까지 했다는 것.
그러나 정작 검사6국의 본업무는 이번에 말썽을 빚은 동화은행 등 신설은행의 업무감독. 은행감독원측은 『언제부터인가 관례에 따라 검사6국이 자금추적을 맡아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업무편의상 배정한 과외업무일 뿐』이라고 강조한다.<이현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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