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잇는 연주단체 창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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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올 들어 음악연주단체들이 속속 생겨나 음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예술단체 창단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2∼3년전부터지만 최근 3월 이후 창단공연을 가진 단체만 7개를 헤아릴만큼 그 움직임에 가속이 붙고 있다. 유급단원 40여명을 확보한 뉴서울 필하모닉 오키스트라(음악감독 김봉)가 지난달 19일 KBS홀에서 데뷔 음악회를 가졌으며, 강릉지역 음악인들은 소리샘 오키스트라(지휘 이범호)를 구성해 지난 21일 창단연주회를 가졌다. 오페라단도 생겼다. 한우리오페라단(음악감독 안재성)이 지난달 29, 30일 KBS홀에서 창단 기념 오페라 하이라이트공연을 가졌다.
실내악단 창단은 더욱 활발하다. 서울대 음대 현악전공 교수들이 서울대교수 실내악단을 구성, 지난달 21일 창단연주회를 가졌고 코리안심퍼니오키스트라 목관파트 수석주자들은 목관 5중주단을 이뤄 14일 첫선을 보였다.
이밖에 젊은 성악가들이 참여한 합창단「서울체임버콰이어」(지휘 정영호)가 11일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무반주합창단「코루스 칸토룸」(지휘 안명국)도 이달초 창단공연을 가졌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대부분 패기있는 젊은 음악인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들은 대중의 공감을 얻기 위한 진취적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 점에서 공통된다.
서울체임버콰이어를 이끌고 있는 정영호씨는 『혼자 스타가 되기보다는 여럿이서 진정한 앙상블을 이루기 위해 합창단을 창단했다』면서 『타성에 젖은 국내 합창 풍토를 깨고 생동감 있는 연주를 들려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뉴서울 필하모닉의 경우 기존 교향악단과는 다른 운영방식을 채택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분당을 포함한 성남에 근거를 두고 성남시 시립교향악단 성격을 가지면서도 민간교향악단의 장점을 살려가는 반관반민식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한우리오페라단은 매달 1회이상 대학로·공원 공연이나 산업체·학교방문공연을 통해 오페라대중화에 힘쓸 계획이다.
창단움직임이 활발해진 것은 근래 해외유학을 떠났던 20, 30대 젊은 음악인들이 속속 귀국하고 국내에서도 음악 전공자가 다수 배출되고 있는데 힘입은 바 크다. 사회에서 마땅한 활동무대를 찾지 못한 전문음악인들이 단체를 구성,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강숙 한국예술종합학교장은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음악인력을 양산하는 현 음악교육구조가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 배대에서 예술활동을 하는 실기인력뿐 아니라 교육자·평론가등 비실기 인력도 적극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젊은 연주인들의 의욕적 출범에 음악계는 환영을 보내고 있으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음악평론가 탁계석씨는『이들 단체가 자생력을 갖지 못한채 의욕만 앞세울 경우 협연자에게 돈을 요구하는 등 고질적 부조리가 성행할 가능성도 있다』면서 『공연 수익만으로 단체를 운영하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므로 기업의 문화투자를 유치하는 등 대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한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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