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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희씨/일하는 보람상 개인부문 「다정한 이웃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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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칠읍산기슭 밝힌 「신상록수」/유치원 교사하다 22세때 시집와/야학열어 문맹깨치고 궂은일마다 앞장/서울토박이가 「농촌파수꾼」으로
산세 좋고 물 맑기로 유명한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삼성1리 칠읍산 기슭 흙천변에 자리한 중성부락은 가구당 연평균 2천2백여만원의 고소득을 올리는 부자 마을이다.
이는 서울에서 이 마을로 시집와 농촌사람들과 더불어 살며 「농촌의 파수꾼」 역할을 자임해온 이 마을 부녀회장 최종희씨(49·여·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삼성1리 675)가 뿌린 땀의 결실이다.
최씨는 22일 새마을운동중앙협의회가 주관한 제2회 「일하는 보람상」 수상식에서 땀흘려 일하며 참되게 살아가는 활기찬 사회기풍을 조성한 공로로 개인부문 「다정한 이웃상」을 받았다.
서울토박이로 손에 흙한번 묻혀보지 않고 곱게 자란 최씨가 중성부락으로 시집온 것은 28년전인 지난 65년. 서울 배화여고를 졸업하고 유치원교사로 일하다 친지의 소개로 22세 꽃다운 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시골아낙네의 길로 들어섰다.
신혼초 집안일에만 전념해오던 최씨는 결혼 3년 뒤인 68년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이 글을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남편(양재근·55·농업)을 설득,자신의 집 방1칸에다 「야간강습소」를 마련,이름도 쓸줄 모르는 「까막눈」 동네부녀자 35명에게 한글을 가르쳐 8개월만에 문맹을 완전히 몰아냈다. 이때부터 서울사람이라는 이유로 정도 주지않고 따돌리기만 하던 주민들과 흉허물이 없는 이웃사이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75년 4월 부녀회장으로 선출된 최씨는 마을발전을 위한 공동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녀회원들과 함께 인근 마을로 공동품팔이를 다니는 등 제방 돌망태일·양묘작업장 제초작업 등 위험하고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팔이 부러지고 여름 땡볕에 지쳐 쓰러진 회원들을 들쳐 업고 허겁지겁 병원으로 달려가는 고통을 겪기도 했다.
『부녀자들이 가정을 제쳐놓고 부녀회 일만 한다고 밥이 나오느냐』며 노발대발하는 마을 시어머니들과 남편들을 지친 몸을 이끌고 일일이 찾아 다니며 밤새 이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 결과 3년후인 78년 당시로서는 거금이었던 4백30만원의 공동기금을 마련한 것.
최씨는 이 기금으로 우선 마을회관에 새마을구판장을 설치해 주민들이 9㎞나 떨어진 양평읍으로 장보러 다니던 불편을 해소했다.
또 매년 ▲무의탁노인에게 경로잔치 ▲소년·소녀가장 김장담가주기,생활비지원,장학금 전달 ▲사회복지시설 위문 등 봉사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양평=전익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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