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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이쑥] "학원보다 독서가 외고 수석 지름길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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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요? 전 졸려서 밤 12시 반을 못 넘겨요. 그렇다고 제 공부 분량이 적을 것 같으세요? 아니라고 자부해요. 새벽 2시 넘게까지 공부하는 친구들, 아마 수업시간을 이용해 부족한 잠을 메울 걸요? 전 수업시간을 이용해 부족한 공부를 메우는 거죠.”

 이미 중학 3년 때 CBT토플 287점(만점 300점)을 받은 한국외대부속외고 양정환(17·2학년)군. 그는 지난해 ‘아시아 토론대회’(Asian Debate Championship Tournament)에서 2위로 입상하고, 22일엔 IDEA(The International Debate Education Association) 유스 포럼(Youth Forum) 참가를 위해 체코로 떠났다. 다음달에는 페덱스 주최 ‘고등학생 국제무역 창업 아이템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한다. ‘영어 토론의 달인’인 그는 중학교 3학년 1학기까지 학원 한 번 안 다니고 외대부속외고에 수석 합격했다.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양군을 체코 출국 직전인 20일 만나 공부 비법을 물어봤다.

 ◆목표를 정해야 공부가 구체적=“시기마다 아주 구체적인 목표를 조금씩 잡아 나가세요. 학생은 시험 많이 보잖아요. 매 시기 조금씩 눈높이를 높여 나가는 겁니다.”
 양군이 외고 진학을 목표로 삼은 것은 중3 여름방학 때다. 또래들에 비해 늦은 편이다. 중1 때는 토플 첫 도전이 목표였다. 매년 목표치를 높여 갔다. 중3 때 287점을 기록하기까지 그는 토플 학원 한번 안 다녔다고 한다.

 양군의 ‘토플 비법’은 문제집 풀기. 그는 “단어니 문법이니 별도로 공부한 적이 없다”며 “중요한 것은 독해력”이라고 말한다. 어휘 따로 공부하고, 문법책 별도로 몇 권 떼고, 시험 임박해서 문제집으로 최종 정리하는 식의 공부는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양군은 “독해를 계속하다 보면 스스로 문법에 대한 개념이 잡힌다”며 “독해량이 늘어나면 영어 지문의 틀린 용례를 고르는 식의 문법 문제도 자연스레 정답이 짚인다”고 설명했다.

 

‘영어 토론의 달인’이 된 양정환(한국외대부속외고 2년)군은 다양한 독서를 통해 모든 공부의 문을 여는 열쇠를 찾았다고 한다. 양군이 20일 중앙일보 자료실을 찾아 좋아하는 책들 속에서 자신의 공부 비법을 소개했다.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벼락치기’보다는 ‘일수 찍기’="외고에 들어와서도 공부에 그렇게 매달리진 않아요. 다만 제 강점은 매일 규칙적으로 생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중학교 때 양군은 매일 30분에서 1시간 정도 규칙적으로 토플 공부를 했다. 매일 꾸준히 공부하되 다른 시간에는 독서, 컴퓨터 게임, PC 조립 등 취미 생활에 쏟았다.

 “내신의 경우 선생님 수업만 제대로 들으면 문제 없어요. 시험은 수업에서만 나오니까요.” ‘밤샘 벼락치기’를 하지 않는 그는 자신의 공부가 ‘양이 적지도 않고 집중적’이라고 강조한다. 수업에 충실한 것만으로 그 시간에 규칙적인 공부가 되는 것이고, 별도로 내신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아도 돼 집중적이라는 설명이다.

 ◆독서가 공부를 자유롭게=양군은 ‘독서광’이다. 추리소설이나 경제 관련 책을 즐긴다. 올 초에는 『하루 만에 끝내는 경제학 노트』라는 책까지 써냈다.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한 것이 그의 ‘독서벽’이다.

 “책을 많이 읽다 보면 독해 속도가 빨라지고 이해력도 늘어요. 이런 독해 능력이 뒷받침돼 영어 시험도 쉽게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양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어머니와 함께 영어 동화책을 읽으며 독서에 재미를 붙였다. “어려운 책 찾지 말고 일단 책 읽기가 재미있어야 해요. 저도 고전소설보다 ‘통속소설’을 즐기는 걸요. 읽은 책도 한국어로 된 것이 더 많아요. 굳이 원서를 고집하지 않아도 책을 즐기다 보면 시험에서 영어 지문도 눈에 잘 들어오는 것 같아요.”

 양군은 초등 시절 1년 반 동안 중국의 국제학교에 다녔다. 그 경험이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5학년 2학기 때 유학 가자마자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영어를 잘 못하는 학생들이 수강해야 하는 교육과정)도 거치지 않고 정규 수업을 들었다. 어릴 때부터 다진 ‘독서의 힘’이다.

 “학원에 의존하지 말아야 여가 시간이 생겨요. 그 시간에 다양한 독서를 즐기세요. 사실 이건 제 또래나 후배보다 부모님들께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에요.” 부모나 학원이 강요한 공부가 아닌 스스로 즐기며 터득한 양군의 ‘공부 비법’이다.

 배노필 기자·사진=양영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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