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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사연 엮어 만화 낸 남지은·김인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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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군 생활도 연애의 연장이지요. 처음엔 2년여 동안 혼자 어떻게 지내나 했는데, 지나고 보니 실은 함께 겪은 것이나 마찬가지더라고요. 면회도, 휴가도 모두 즐거웠어요."

26개월간 남자친구 김인호(24.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씨를 군대에 보냈던 같은 과 남지은(25)씨의 말이다. 한시라도 떨어져 지내기 싫은 게 젊은 연인들의 마음. 하지만 이별을 이별이 아닌 것으로 만드는 것 역시 젊은 연인들의 힘이다.

7백80여일간의 복무 기간에 남씨는 무려 1천3백여통의 편지를 김씨에게 보냈다. 또, 이와 별도로 한 인터넷 사이트에 7백일간 매일 일기처럼 글을 올렸다. 1백일 동안 매일 글을 올리면 책 한권으로 묶어주겠다는 약속을 인터넷 사이트로부터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책이 일곱권이나 된다.

군 생활에 적응하느라 김씨는 남씨만큼 많이 편지를 쓰지는 못했다. 그러나 틈날 때마다 속옷 포장지까지 이용해 편지를 써보냈고, 또 거의 매일 전화로 안부를 물었다. 김씨는 이 때문에 "군 생활에서 짜증나고 화났던 일보다는 재미있는 일이 훨씬 많았다"고 돌이킨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전공을 살려 서로 주고받은 글에다 몇몇 에피소드를 곁들여 한편의 만화를 완성했다. 최근 펴낸 '군바리와 고무신'(반디출판사.8천5백원)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젊은 연인들이 떨어져 지내면서 흔히 겪을 법한 마음 고생들이 솔직 담백하게 담겨 있다. 남자친구의 입대 초기에 심한 외로움을 겪는 남씨의 모습도, 혹 여자친구에게 흑심을 품고 다른 남자가 접근하지 않을까 초조해하는 김씨의 마음도 드러난다.

지난해 가을 제대한 김씨는 "요즘은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 일뿐 아니라 군화를 거꾸로 신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군대 풍경을 전했다. "TV에서 예쁜 얼굴만 보다가 휴가나가면 괜히 여자친구가 불만스러워 헤어지고 들어오는 경우도 꽤 있다"는 설명이다. 군 생활 동안 위기를 겪는 연인들이 적지않은 현실이고 보면 남씨와 김씨의 공들인 연애는 더욱 빛이 난다.

같은 학과에 나란히 입학해 1학년 말 연애를 시작한 두 사람은 김씨의 군 복무에 맞춰 충분히 준비했다. 김씨의 복학에 맞춰 함께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남씨가 미리 휴학했던 것도 그 중의 하나다. 두 사람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만화가를 꿈꿔왔다. 김씨는 그림을 그리는 데에, 남씨는 스토리를 만드는 데에 각각 더 장기를 보이고 있다. 이번 책에 실린 만화 작업 역시 두 사람의 특장을 살려 진행됐다. 학년은 다르지만 올 봄 나란히 복학하는 두 사람은 앞으로 홈페이지(http://cafe.daum.net/inhobbang)에 농구만화를 연재할 계획이다.

글=이후남, 사진=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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