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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보안 제로 지대”/학력고사 정답유출 “당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핸드폰 등 장비휴대 제약없고 출제본부 위원들 출입도 “자유”
김광옥장학사의 학력고사 정답유출범행은 출제본부에 대한 허점투성이의 보안관리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처음부터 핸드폰 등 장비의 반입이 자유로웠고 출제본부 출입조차 거의 제약을 받지않았다.
또 출제관련요원들이 출제본부인 호텔의 현관 등에서 외부인사와 접촉도 가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93학년도 후기대 입시출제본부가 묵었던 곳은 전기대 입시때와 같은 장소인 서울 반포동 팔레스호텔로 국립교육평가원은 1월12일부터 29일까지 이 호텔 3층에서 7층까지 객실 1백24개와 3층 양식당 및 4층 실내체육관을 얻어 출제관련요원 1백14명이 사용했다.
호텔측은 국립교육평가원의 요구에 따라 출제본부가 들어오기 5일 전부터 출제본부와 외부와의 차단시설공사를 시작해 3층과 6층으로 통하는 비상구와 객실창문을 모두 폐쇄하는 한편 12일부터는 3층과 6층사이 승강기운행도 중단했다.
투숙했던 1백14명중 누구도 외부로 출입하기 위해서는 경찰관 3명과 보안위원 2명이 24시간 상주하는 3층 보안석을 통과해 경찰관 1명이 감시하는 승강기를 이용해야만 했다.
외출시는 출제위원장의 허가를 받아 경찰과 보안위원이 각각 관리하는 입·출입 차트에 외출시간과 성명을 기록하도록 돼있었고,출제본부의 모든 전화선은 끊겼으며 보안석에 설치된 전화기 1대도 자물쇠가 채워진채 보안위원들의 통제하에 있었다.
그러나 본사 취재결과 김 장학사를 비롯한 관리위원 15명은 경찰의 외부통제가 있기 하루전인 11일 투숙,몸수색과 가방검색 등을 제대로 받지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교육평가원 관계자는 『보안위원들이 출제·관리위원들의 몸수색 및 가방검색을 샅샅이 하지는 않았다』고 실토하고 경찰도 『몸수색은 우리 업무가 아니어서 하지 않았다』고 말해 김 장학사는 처음부터 출제기간 내내 큰 어려움없이 휴대용전화기 등을 소지할 수 있었다.
또 경찰의 입출입 차트에는 인쇄소에 세번 다녀온 것이 김 장학사의 유일한 외출로 기록돼있으나 호텔관계자는 『김 장학사가 비디오상영 일정표를 호텔객실과장에게 건네주러 두번이나 현관까지 내려왔었다』고 증언했다.
특히 시험문제의 전산입·출력과 문제 및 정답제작이라는 중책을 맡았던 김 장학사는 작업이 이루어지는 중앙작업실(5백23호)에 통제없이 출입할수 있었던 유일한 인물로 보안망을 벗어나 있었다.
교육부가 그동안 『대입 학력고사 시험지 및 정답지가 외부로 유출될 확률은 0%』라고 확언했던 「철벽보안」은 이같은 허술한 관리와 빈틈으로 사상유례 없는 답안유출이 이루어진 것이다.<이상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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