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쓰배 뒷 얘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4월초순 일본기원에서 열렸던「제6기 후지쓰배세계바둑선수권전」의 뒷 얘기를 소개한다. 동양증권배·응창기배·후지쓰배등 세계선수권전은 성대한 전야제를 갖는 공통점이 있다. 대진표는 이전야제에서 공개추첨으로 결정된다.
이번 후지쓰배에는 아시는바와 같이 차오다웬(조대원)9단의 부인인 중국의 여류양후이(양휘)8단이 홍일점으로 출전했다. 그런데 모두들 여성과 만나지 않기를 바라는 모습들이어서 재미있었다. 특히 오타케 히데오(대죽영웅)9단은 양8단과 대만의 린썽시엔(임성현)5단만남은상황에서 양8단을 피해 린5단쪽으로 정해지자 깔깔대며 너무나 좋아해 폭소가 터지기도.
오타케9단은 제2기 응창기배 준결승에서 중국여류루이 네뭬이(예내위) 9단과 3번승부를 겪어 본 터라 여성과 대결하는 거북함을 더이상 맛보기 싫었던 것일까.
그러나 대만의 바둑수준도 응창기씨등의 노력으로 괄목성장하여 만만치 않다. 린5단은 한나라의 대표답게 잘 싸웠다. 오타케9단은 줄곧 비세에 허덕여「경적필패」의 본보기를 남길뻔 했다. 린 5단이 후반에 자멸함으로써 오타케 9단은 가까스로 기사회생했지만 크게 혼쭐이 났다.
대회를 앞두고 중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은 서봉수9단을 제 1 우승후보로 손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응창기배결승에서 보여줬듯 상승세에 있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어떤이는 『나이 40에 그토록 기력이 진보한 예는 처음 본다』며 놀라워했다.
과연 서9단은 16강전에서 만난 일본의 1인자 고바야시 고이치(소림광일)9단을 멋들어지게 요리, 시종일관필승지세였으나 낙관이 지나쳐 끝내기에서 자꾸만 손해를 본 끝에 1집반차로 역전패 당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선작50가자필패의 교훈을 일깨워준 한판이었다.
한편 양재호8단은 바둑외적인 일로 8강진입이 좌절되어 또 다른 아쉬움을 남겼다. 우리나라도 봄철의 날씨가 변덕스럽지만 일본은 더욱 그렇다. 따뜻하다가도 바람이 강하게 불어 체감온도가 뚝 떨어지는가 하먼 수시로 비가 내린다. 그래서 외출때는 두터운 스웨터와 우산을 꼭 준비해야 한다. 성실하고 얌전한 청년기사 양8단은 몸이 약한편인데 16강에 진출한 다음날 아무런준비없이 산책 나갔다가 비를 맞은 것이 탈이되어 열이 40도까지 오르도록 아팠으니 어떻게 이기겠는가.
해외원정에 나서면 선수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수 또한「자기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그것은 프로가 지켜야 할 필수조항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