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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정읍군 동막마을 임대제도 도입(지방 패트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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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공해 찌든 도시인에 농지 “선물”/“손수 농사”기쁨 만끽/현지 신부 발상… 평당 연 만원/고추·호박 등 재배 인기 높아
스트레스에 찌든 도시민들에게 손수 농사짓는 기쁨을,자라나는 도시어린이들에게는 농업과 근로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농민들에게는 고소득을 보장하는 일석이조의 농지임대 제도가 전북지역 한 마을에서 시작돼 큰 호응을 얻고있다.
전북 정읍군 칠보면 반곡리 동막마을은 도시민들에게 농지를 임대해주고 스스로 경작케 하거나 대신 경작해 무공해 농산물을 수확하는 방식을 최근 도입했다.
노령산맥 끝자락 해발 3백m 미만의 야트막한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동막마을은 24농가에 40여명의 주민이 사는 왜소한 부락이지만 지난 91년부터 무공해 농산물로 부농의 꿈을 키우고 있는 선진농촌(중앙일보 92년 10월31일자 19면 내고장 화제)이다.
이같은 농지임대 제도를 착상한 사람은 신태인 성당 나궁렬주임신부(48).
이 마을 농민들에게 유기농법을 지도해온 김원수씨(54)도 이 계획을 추진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임대용지는 구좌당 10평씩 1천구좌 1만평이고 평당 임대료는 1년에 1만원이다.
가족용으로 임대하려면 1구좌 10평이면 충분하고 유치원생을 위한 자연학습장으로 쓰려면 2구좌 20평 정도가 적당한데 이미 1천구좌 가운데 6백여구좌의 예약이 끝났고 계속 임대상담이 활발히 들어오고 있다.
농지를 임대하고도 직접 가꿀 여유가 없을 경우 마을농민들이 대신 재배해주는데 농약·비료를 전혀 쓰지않고 퇴비만을 사용하기 때문에 무공해 농산물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재배농산물도 다양하다.
5월에 파종,7∼10월에 수확하는 고추는 1구좌 10평당 생산량이 10∼12㎏이고 6월 수확하는 초롱무는 1백∼1백20개다.
7월에 수확하는 가락실파는 10평당 4∼5㎏,가을 작목으로 11월 거두는 김장용 무는 50∼60개,배추는 20포기,갓은 10∼15㎏ 등이다.
연중 재배품목으로 밤호박이 1㎏짜리 50∼60개,초당옥수수는 3백50∼4백개,땅콩 20∼30㎏,수박 40개(4∼6㎏짜리),참외 2백50∼3백개 등 다양하다.
이곳 토양 자체가 무공해인데다 비료나 농약을 쓰지않아 무공해 농산물이 확실하지만 좀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1년에 두번씩 전북대의대 예방의약과 기노석교수(60)에 의뢰해 농약잔류 성분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나 신부는 『우루과이라운드에 따른 외국농산물의 유입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중간상인들의 농간을 막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이익을 얻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동막마을은 1884년 병인박해때 천주교 신자들이 숨어들어 형성돼 주민 모두가 신자인 교인마을로 경지면적은 가구당 2천5백평 정도.
지난 90년 봄 이 마을 신태인성당에 부임한 나 신부는 주민들을 설득해 산골짜기 황무지 6만평을 개간,무공해 농산물을 길러 시중가격보다 2배 이상 높은 값의 고부가가치 영농을 일구었고 각종 농외소득사업을 벌여 『우리도 잘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민들에게 심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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