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자들 방문 예정지 은혜샘 유치원 지난해에 방화 추정 화재 당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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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칸다하르 은혜샘 유치원의 한 관계자가 지난해 10월 방화로 추정되는 불로 검게 그을린 유치원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한국인 23명은 이 유치원을 방문하기 위해 칸다하르로 가는 도중 납치됐다. [사진=한민족복지재단 블로그]

아프가니스탄에서 납치된 한국인 봉사 단원들이 방문할 예정이었던 유치원이 지난해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로 피해를 보았던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봉사단원들은 현지의 치안 상황이 불안한데도 불구하고 방문을 강행하다 화를 입은 것이다.

이 유치원은 한인이 2005년 3월 설립했으며, 국제 NGO 단체인 한민족복지재단의 후원을 받아왔다. 한민족복지재단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0일 새벽 칸다하르 미르바자르 마을에 있던 은혜샘 유치원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5개 교실 중 교무실과 놀이방, 여아 교실 등 3곳의 내부가 불에 탔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화재 당시 현지 봉사자들은 화재 원인을 놓고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 유치원 관계자는 "화재로 불탄 내부엔 누군가 집기를 한가운데로 모아 불을 지른 흔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지 봉사자는 블로그에서 "여아들을 가르치지 말고 여교사들도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협박이 현지에서 떠돌고 있었다"고 밝혔다.

재단은 화재 소식을 인터넷에 알리고 유치원 복구를 돕기 위해 모금 운동에 나섰다. 이 사고로 3개월 뒤 유치원은 칸다하르 시내로 위치를 옮겨 다시 문을 열었다. 미르바자르 마을에 비해 치안 사정이 나은 곳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에 대해 화재 당시 유치원장인 한모씨와 재단은 "화재 원인이 방화로 확인됐거나 방화범이 누구인지 등 어떤 것도 사실로 확인된 게 없다"고 말했다. 유치원 운영자는 최근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은혜샘 유치원은 현재 어린이 80여 명이 다니고 있다. 한국인과 현지인 교사들이 주로 가난한 아동에게 아프간어와 영어.미술.음악.아프간 예절 등을 가르쳤다. 봉사단원들은 학용품과 의약품을 전달하고 유치원 활동을 돕기 위해 19일 카불을 출발, 칸다하르로 이동하다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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