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 상위직 "벌벌" 하위직 "느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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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개혁·사정한파로 공직사회가 얼어불었다.
공직자 재산공개 파동에 이어 최근 터진 경원대 입시부정등 비리사건에 굴비두름 꿰듯 고위직 공무원들의 관련 사실이 속속 드러나면서 『언제 어느 칼에 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과 두려움이 커가고 있는것이다.
이때문에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위직은 「소나기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심산으로 몸보신에 급급한 방면 하위직급으로 내려갈수록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개혁불감증이 고개를 들고있는 것이 요즈음 공직사회 분위기다.
군사정권의 사정칼날이 시퍼렇던 5, 6공 초기에는 그래도 연줄을 동원해 최소한 구명을 할 수 있었지만 요즈음엔 확실하다고 잡았던 동앗줄(?)마저 하루아침에 썩은 새끼줄이 돼버리는 세태.
개혁이라는 사정한파속의 공무원들 체감온도는 동사 일보직전까지 마이너스로 수직강하중인 것이다.
보사부의 경우 의약·위생분야등 이권관련부서에서는 괜한 구설수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가급적 업자들과의 접촉을 피하고있고 불가피한 경우 청사내에서 공개적으로 접촉하는등 몸조심 분위기가 눈에 확연하다. 더구나 부정부패 척결과 관련, 감사원의 활동이 두드러지자 일을 만들어 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만연하고 있다.
한 직원은 『사정바람등으로 몸조심해야 하는데다 이익단체들마다 이같은 분위기를 알고 자신들의 주장을 강력히 제기하고 나서는 풍토가 만연해 정책결정에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잇따른 입시부정사건으로 가장 궁지에 몰려있는 교육부는 국장급 전원 인사라는 정부수립 이후 최초의 사태와 함께 비리유착의 심증이 가는 간부들에 대한 사직당국의 내사설과 감사설이 겹쳐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냉각된 분위기.
외부인들과의 접촉을 끊고 집과 직장만을 오가며 약점을 드러낼 소지가 있는 대화조차도 꺼리는 교육부 간부들은 요즘 자신들을 「시계추」 라고 비하하고 있을 정도다.
노동부는 사정한파와 함께 대통령측근이라는 이인제장관 취임이후 국장등간부들은 골프를 완전히 끊고 대신 등산길에 나서는등 눈치보기에 급급하다.
환경처는 감사실에서 직원들의 출근시간까지 챙기는 바람에 직원들은 이중의 압박감속에 사로잡혀있다.
한 국장은 『공식관계등 딱딱한 대인접촉으로는 업무추진이 어려운 현실인데 요즈음 분위기로는 탈날일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는 형편이어서 진정한 대민행정을 이루기 어려운실정』이라고 말한다.
고위공직자로 올라갈수록 체감한파는 더더욱 얼어불고 있음을 쉽게 느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정한파를 견디기 위한 간부공무원들의 처신은 안쓰러울 정도이나 6급이하일반 직원들은 별로 실감을 못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거론되고 있는 공직자재산공개법의 규율대상의 범위를 아무리 넓혀도 사무관(5급)밑으로는 확대되기 어려울것이라는 판단 아래 사정의 피안에 있는 것처럼 태연한 모습들. 직급과 사정한파의 체감지수는 정비례하고 있는 것이다. <정순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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