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육사출신 파격기용 눈길/군단장급 인사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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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ROTC·갑종 불만해소 “군화합 처방”/하나회·99인맥은 능력따라 선별승진
신정부 출범 50일만에 마무리된 올해 첫 정기 군단장 및 사단장급 인사는 외형상 ▲하나회와 9·9인맥을 최대한 배제하고 ▲일반 및 학군출신 장교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는 등 몇가지 특색을 보여주고 있다.
학군 1기생중 유일한 3성장군인 박세환중장을 교육사령관에,갑종출신(151기)의 군수통인 최경근중장을 부산군수사령관에,역시 갑종출신(156기)인 김정신 육본작전참모부장을 야전군단장에,또 8명의 사단장 가운데 3명을 일반 및 학군출신 장교들로 임명한 것 등은 확실히 진일보한 인사행태로 기록될 수 있다.
이것은 그동안 군내의 소외세력으로 여러가지 불만의 원인이었던 비육사출신에 대한 배려이면서 동시에 군전체의 화합을 시도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번 진급에서 육사출신은 과거 거의 소장·중장급을 독점하다시피한데 비해 크게 퇴조했으며 그 대신 ROTC·갑종출신들이 상대적으로 파격적이라고 할만큼 진출했다. 이것은 군내 주요 보직자가 거의 자동적으로 군단장·사단장으로 진출하던 종래의 관행을 크게 깬 것이기도 하다.
군내부의 화합을 도모한다는 이러한 인사는 일부 하나회와 9·9인맥 출신의 재기용 등에서도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
하나회로 알려진 장성들의 ▲합참전략본부장(이택형중장·육사19기)과 ▲군단장(표순배중장·육사21기) 기용이 그 좋은 예다.
특히 지난번 전격 경질로 특전사령관에서 물러난 김형선중장(육사19기)의 육참차장기용은 의외의 인사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김중장이 특전사에서만 잔뼈가 굵은 전형적인 군인이고,지난번 기습인사에 대한 군내 불만의 진정이란 차원에서 재등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는 안병호 전수방사령관이 보직을 받지못한 것과 관련해 주목할 대목이다. 이는 하나회나 9·9인맥에 대한 배제원칙은 견지하되 이를 무차별적으로 적용하지 않는다는 신축성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육참차장에 임명된 김 전특전사령관은 최근 아들의 경원대 부정입학사건 연루설이 돌았으나 부정입학이 아닌 것으로 해명됐다.
이번 인사에서는 특히 군인사법상 장교추천권자인 육참총장의 권한행사가 극히 제한됐으며 진급심사위원 선정에서 최종 인선에 이르는 전과정에 사실상 국방장관의 입김이 많이 작용되었다는 소문이 나돌아 주목되고 있다.
이와 관련,육군은 물론 해·공군 총장들도 최근 인사권 문제를 둘러싸고 장관과 보이지 않는 갈등·마찰이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당초 육사 24기가 첫 사단장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23기 5명과 학군·갑종 등을 포함해 모두 8명이 추가로 진출,조정된 계획대로 올 하반기로 순연됐다.
결국 이번 인사에 대해서는 「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기존의 인사법과 관행을 절충한 두루뭉수리 인사」였다는게 군안팎의 시각이다.
이로 인해 이번 인사는 김영삼대통령의 문민화를 향한 군개혁의 완성이 아닌 그 시작에 불과하다는 시각이 강하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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