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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의 벽 넘은 두 서울특파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중국 신화통신 서울특파원 장충의씨(28·서울한남동 힐사이드빌리지)와 대만 국민당기관지 중앙일보 서울특파원왕장위씨(41·서울 동부이촌동 골든맨션)는 그들 스스로가 인정하듯 민감한 시기에 묘한 관계로 만난 사이다.
이들은 한중수교, 중국통일문제등 중국·대만간에 고감도 정치·외교적 긴장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서 각각의 정부를 대표하는 언론사소속으로 조우한 것이다. 그만큼 정치적 입장이 상반될 수 있으며 무심코 던진 말이 상대의 가슴에 상처를 입힐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일반 중국인끼리의 그것처럼 스스럼없는 것이다. 이들은 2월25일 김영삼대통령 취임식때 외신기자용 취재버스에서 처음 만났지만 서로 집에 초대해 우의를 돈독히 한 것만도 벌써 3차례(장씨는 지난해12월입국, 지사창설 일에 매달리다보니 만남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이들을 각각 따로 만나『함께 교제하는 장면을 신문에 내고싶다』고 요청했더니 대답은 우선 상대방 걱정부터 했다.
『나야 당장이라도 상관없지만 충의가(장위형이) 난처해지면 큰 일』이라고 인터뷰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하자는 기세였다.
▲각자의 입장상 서로 사귀기 어려운 사이인데….
왕=서울특파원 최고참(86년 아시안게임때부터 한국주재)으로서 이국땅에서 동포인 막내후배를 도와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도 개인적인 교제까지 간섭하지는 않는다.
장=통일문제를 둘러싼 체제논쟁등은 서로의 입장을 고려해 가급적 피한다. 실무적인 도움, 경제·사회변화등 거리낌없이 얘기할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왕씨는 판문점등에서 평양주재 인민일보특파원등과도 정보교환등 취재협력을 해왔다며 『남북한 기자들도 서로가 알고있는 한계만 고려해준다면 취재협조등 서로 사귀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 이라는 말도 곁들였다.
▲서울생활에 어려운점이 적잖을 텐데.
장=음식문제가 심각하다. 외식할 때는 음식이 매워 곤란하고 숙소에서는 졸병인 내가 밥 당번이어서 시장보랴 밥하랴 고국떠난 고생을 실감한다(장씨는 사무실겸 숙소인 아파트에서 지사장과 남자끼리 자취생활 중이다).
왕=아무래도 내가 충의 결혼문제를 해결, 고생을 덜어줘야 할 것 같다.
서울과 대만에서 신부감을 물색중인데 이만한 신랑감이면 그리 어려운 일도 없다(장씨의 이력은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친뒤 국비로 북한에 유학, 김일성대학 조선어학과를 졸업한 뒤 신화통신에 입사, 3년간 국제부기자로 근무하다 지난해말 최초의 서울상주특파원으로 입국했다).
▲앞으로의 계획이나 체류기간은.
장=4년 임기를 마치면 평양특파원으로 갈지도 모른다. 이왕 한국과 인연을 맺었으니 한국문제전문가가 되도록 열심히 뛰겠다.
왕=임기 3년은 벌써 넘겼으나(8년째) 한국에 애착이 많아 떠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국교단절로 상처가 커 내 손으로 양국관계회복기사를 보내지 않고는 못 떠날 것같다.
이에 대해 장씨는『중국통일 문제의 진전에 따라 해결되지 않겠느냐』며 어떻게든 왕씨를 위로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들간의 교제는 이미 통일 단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이기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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