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유지혜 진로싸고 아버지와 갈등… 운동 중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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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여고탁구의 최강자 유지혜(유지혜·17·부산선화여상3)가 진로문제로 갈등끝에 라켓을 놓아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46회 종합선수권대회 단식 준결승에서 현정화(현정화·한국화장품)를 격파, 파란을 일으키는등 한국여자탁구의 차세대에이스로 주목을 한몸에 받아온 유지혜가 지난주 학교측에 병가신청서를 제출하고 1주일째 운동을 않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선화여상은 12일 개막된 제9회 대통령기시·도대항대회에 참가신청서를 냈다가 부상선수 속출을 이유로 돌연 출전을 포기한 상태.
국내선수로선 희귀하게 현 세계랭킹 1위 덩야핑(등아평·중국)과 같은 전형의 이질러버 공격수 유는 일찌감치 각 실업팀의 스카우트표적이 돼 제일모직·외환은행등이 한국탁구사상 최고액인 1억5천만원이란 거액까지 제시하며 치열한 스카우트 다툼을 벌여왔다.
게다가 13일 대한탁구협회에 정식으로 팀 창단 계획을 알린 현대그룹측까지 이에 가세, 문제가 복잡해졌다.
73년 사라예보세계제패의 주역 이에리사씨(40)를 현대백화점 여자팀감독으로 내정한 현대측은 올해 여고졸업 최대어인 유지혜와 한국화장품행이 유력한 신일여상의 에이스 최윤희(최윤희)를 묶어 팀을 창단하겠다고 나선 것.
유지혜 본인은 상비군시절부터 많은 지도를 해온 이에리사씨를 따라 현대행을 희망하고 있는 반면 아버지 유동길(유동길·45·사업)씨는 김기택(김기택)코치 등 화려한 코칭스태프를 자랑하는 제일모직행을 고집, 부녀간의 심각한 의견충돌로 아직까지 진로를 선택하지 못하고 있는 것.
유지혜는 이 때문에 병가를 핑계로 운동을 중단, 오는 5월 제42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스웨덴)에 유를 참관인 자격으로 데리고 가 시야를 넓혀주려던 탁구협회의 정성에 마저 찬물을 끼얹은 상태.
협회는 이에 따라 14일까지 유가 기흥훈련원의 대표팀훈련에 참가치 않을 경우 징계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파문을 더하고 있다.
탁구를 포함, 스포츠계에선 보통의 경우 신생 창단팀에 고교졸업유망선수들을 지원, 창단작업을 돕는 것이 관례이나 이번의 경우엔 현대측이 몇몇 선수를 제외하곤 스카우트가 대부분 끝난 뒤늦은 시점에서 창단을 발표해 이미 오래전부터 스카우트작전에 나서 성사를 눈앞에 둔 기존팀들과의 마찰이 불가피해 탁구계가 한바탕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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