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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대통령 2세들 지금 어디서 뭐하나/유명세가 버거운 “보통생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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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의장비서직 곧 사직… 유학결심 노재헌/중기 경영 전념… 무역업도 손대 박지만/베스트셀러 내며 출판에 재미 전재국
역대 대통령의 2세들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지난 2월 퇴임한 노태우 13대 대통령은 「청와대를 제발로 걸어나간」 사상 두번째 대통령이다.
우리 국민은 무사히(?)한 시민으로 돌아가 노후를 보내는 전임대통령을 최규하·전두환·노태우 등 3명이나 두고있다.
대통령의 자제들도 청와대를 떠난 이상 국민의 한사람일 뿐이다. 다만 유명인의 자녀로서 치르는 유명세가 때로는 매우 버겁게 느껴지는듯 하다.
○재임용 불분명
○…노태우 전대통령의 외아들 재헌씨(28·국회의장 비서관)는 지금 새 진로를 모색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는 91년 12월 박준규국회의장의 주선으로 의장비서실의 국제담당비서관(별정직 4급)이 되었다. 채용 당시 『현직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단번에 서기관급 공무원이 될 수 있느냐』는 반발과 『경력으로 보아서 자격있다』는 긍정론이 엇갈렸다. 노씨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은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으로 1년가량 일했다. 89년 귀국해 석사장교로 병역을 마치고 90년 6월에는 동방유량 신명수회장의 맏딸과 청와대 영빈관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국회의장실의 다른 비서관들과 마찬가지로 별정직인 노 비서관은 이만섭의원(민자당 고문)이 이달말 임시국회에서 새 국회의장으로 선출되면 일단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박준규의장이 재산공개 파동 끝에 의장직 사임을 선언하고 민자당을 탈당하자 그에게도 불똥이 튄 셈이다. 『때가 되면 지역구(대구 동을)를 물려주겠다』던 박 의장의 다짐도 지금 상황에서는 지킬 수 없게 돼버렸다. 노 비서관의 재임용 여부에 대해 이만섭의장 내정자는 『선출을 앞둔 입장이라 비서진에 관해서는 보고받은 적도,보고받으려 한 적도 없다』며 의장취임후 검토할 일이라고 말했다. 노 비서관 본인은 일본유학을 결심하고 동경대와 경응대에 연수신청을 해놓았다고 주변에서 전했다.
아직 20대를 넘기지 못한 나이라 노씨의 앞길은 창창하고 그만큼 변수도 많다. 부친의 퇴임과 박 의장의 사퇴가 차라리 그의 「독립」에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변에서는 보고있다.
○…전재국씨(34)는 전두환 전대통령의 3남1녀중 맏아들이다. 그는 아버지의 가장 신뢰받는 참모중 한명이며 노 전대통령과의 화해문제에 강경하다. 그는 출판사업에 부쩍 재미를 붙였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영학석사·정책학박사 과정을 수료한 전씨는 부친이 백담사에 머무르고 있던 90년 5월 한 오디오전문지(「스테레오사운드」)를 인수해 몇달뒤 「시공사」라는 출판사로 간판을 바꾸었다. 친구 몇명과 돈을 모아 자본금 5천만원으로 시작했다. 외삼촌(이순자씨의 동생 창석씨)이 회사설립 작업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현재는 자본금이 2억원으로 늘었다.
○노­전 화해 반대
시공사는 91년초부터 지금까지 매달 한권꼴로 꾸준히 책을 발행했다. 전씨측은 최근 펴낸 스릴러물 『펠리칸 브리프』가 종로서적·교보문고의 베스트셀러 2위에까지 올랐다며 희색이 만면하다. 『평전 제갈공명』『소설 자민당』『크레믈린의 음모』『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갔다』등 이제까지 19종 26권분량의 책을 냈다. 오디오전문지도 계간으로 발행중이다. 전씨는 지난해 10월 동경에서 열린 북페어 행사에 가서 출판정보를 수집해 오는 등 자신의 사업에 큰 성취감을 갖고있다고 한다. 서울 반포동의 효성빌라에 사는 전씨는 아침일찍 사무실에 나와 8시30분에 회의를 여는 것으로 일과를 시작한다. 둘째아들 재용씨(29)는 박태준씨의 딸과 이혼한후 작년에 재혼했다. 근무중인 대우에서 파견한 형식으로 일본대학에서 연수중이며 막내 재만군(22)은 연대 경영학과에 입학후 방위병으로 군복무중이다.
○…고 박정희대통령의 외아들 지만씨(35)는 최근 중소기업 경영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박씨가 경영하는 삼양산업은 전자부품의 소재로 쓰이는 소프트페라이트를 생산한다. 일본에 연 1백만달러어치를 수출한다. 그는 지난 2월 일본에 가서 자사제품의 세일즈맨 역할을 하고 돌아왔다. 이달 12일에는 일본측 수입선인 케미라이트사 관계자들이 입국해 박씨는 이들을 「모시고」충남 서산의 공장과 원료구입업체인 포항제철을 두루 안내하는 중이다.
그는 지난해 11월 서울사무소를 내고 새로 무역업에 뛰어들었다. 영국의 건설장비 업체인 도스코사의 국내 에이전트를 맡아 굴착기의 일종인 로드헤더라는 장비를 수입·판매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의 「유지」에 매우 민감한 그는 『국내 생산이 전혀 안되는 기종』이라며 무분별한 수입이 아님을 강조했다.
『화약발파가 필요없는 굴착장비라 부산 열차사고 같은 비극을 피할 수 있다』는 설명도 겸했다.
○“의문사와 무관”
박씨는 지난 1월7일 김종필민자당 대표의 생일을 맞아 넥타이를 사들고 모처럼 김 대표의 청구동 자택을 방문했다. 김 대표도 매우 반가워 했다고 한다. 지난 대통령선거때 부친과의 「관계」때문에 정주영후보쪽에 더 우호적이었던 박씨는 김영삼대통령 취임후 생각이 바뀌었다. 김 대통령의 개혁작업 때문이다. 그는 『김 대통령의 일련의 「개혁」이 흡족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앞으로 우리같은 중소기업이 더 잘되게 정책을 펴 주셨으면 한다』는 주문도 했다.
박씨는 또 TV드라마 「제3공화국」과 최근 방송돼 화제를 부른 장준하씨 의문사 관련프로에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철저하게 재조사해서 고 장씨의 죽음과 아버님이 무관함을 밝혔으면 한다』고 그는 희망했다. 박씨는 아직 미혼이다.
○공채 거쳐 부장에
○…최규하 전대통령의 장남 윤홍씨(48)는 대한무역진흥공사의 워싱턴 지사장으로 근무중이다.
윤홍씨는 최 전대통령이 말레이시아대사 재직시절 그곳에서 대학을 나와 KOTRA에 공채시험을 거쳐 입사했으며 부친의 후광 없이 본사 부장(2급)으로 진급했다.
차남 종철씨(44)도 외대영어과를 나와 외환은행에 공채로 입행,국제부과장을 하다가 하나은행이 생기면서 국제부장으로 스카우트 돼 근무중이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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