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59)껌개발전문가 동양제과 이유석씨|테스트위해 3시간이상씹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어떻습니까. 이만하면 A급이지요.』
「이 자랑」부터 시작하는 이유석씨(32·동양제과 주임). 그는 튼튼한 치아를 밑천으로『껌과 함께 커보겠다』는 야망을 키우고 있는 껌 개발전문가다. 국내 껌 시장의 규모는 연간 1천4백억원선. 2백원짜리 껌으로 환산한다면 무려7억통 가량되는 엄청난 양이다.
이씨는 이중 20%에도 못미치는 자사의 껌시장 점유율을 롯데·해태등 경쟁업체와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각오로 아금받게 껌을 씹어대고 있다. 그가 개발하는 껌은 하루 평균 5종 정도 씹으며 테스트 하는데만도 3시간정도가 소비된다.
껌 개발은 원료가 베이스·항료·설탕등 네댓가지에 불과한 만큼 공정도 비교적 단순한편. 때문에 개발의 초점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데 맞춰진다. 껌 개발전문가라면 시제품 2백개중 최소 1개 정도는 상품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88년 입사후 이씨가 개발해 상품화한 껌은 20여종. 이중 「후라보노」는 그의 대표작으로 91년 한국능력개발협회가 추천한 10대상품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이씨는 튼튼한 치아외에도 날카로운 후각과 예민한 미각을 겸비해 껌 개발자로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특히 최근 껌 개발에서 향료의 비중이 점차 커지는 추세여서 껌 개발자로서는 필수 요건. 향료는 향을 낼뿐만아니라 맛과 껌의 질감까지 좌우한다.
껌 개발의 최대 애로는 턱의 부담이 크다는 것. 미혼인 이씨는 『너무 껌을 많이 씹어 얼굴 형태가 변할까 내심 걱정했다』며 『그러나 5년간 줄기차게 씹어도 별 변화가 없는 걸 보니 「껌을 많이 씹으면 턱뼈가 이상하게 변한다」는 말은 그야말로 속설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껌을 자주 씹으면 충치가 생긴다』는 주장에 대해 이씨는 『맞을수도 틀릴수도 있는 말』이라고 해명했다. 단물만 빨고 껌을 뱉는 습관을 가진 어린이의 경우 아무래도 충치가 생기기 쉽다는 것. 반면 최소 10분 이상 껌을 씹으면 단물도 빠지고 치아에 적당한 자극도 돼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이씨는 자신이 개발한 껌을 씹고 있는 사람을 볼때가 가장 흐뭇하며 아무데나 껌을 뱉는 사람을 마주칠때 일말(?)의 책임감과 혐오감이 함께 든다고. 그는 뱉은후 일정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분해되는 껌을 장차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급여는 월1백만원선. <김창엽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