뺏은 예술품 체코 주인에 반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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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민주화를 이룩한 체코가 과거 공산정권하에서 국민들로부터 몰수한 예술품들을 주인들에게 반환, 문화국가로서의 자존심 회복에 나서고 있다.
48년 체코공산당은 정권을 장악한 후 모든 국민의 재산에 대한 국유화 조치에 따라 체코국민들이 소유한 각종 예술품을 몰수했다. 이 조치에 따라 귀중한 예술품들이 박물관으로 들어가 체코 박물관들은 소장품의 높은 질로 세계적 명성을 떨쳤다.
체코정부는 91년 문화재반환법을 제정, 박물관·미술관들이 소장 예술품을 원소유자들에게 되돌려주도록 했다.
이 법이 제정된 후 유명한 프라하 장식미술박물관(MDA)이 지난해 원소유자에게 돌려준 예술품만도 7백점이 넘는다. 프라하 국립미술관도 지금까지 1백50건의 반환 요구를 접수했다. 이중 절반 정도는 미술관측이 원소유자와 협상을 벌여 예술품을 장기간 대여하는 방법으로 계속 진열하도록 타결을 봤으나 나머지는 원만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법정 소송에 걸려 있다.
그동안 예술품 가격이 급상승한만큼 이를 둘러싼 소유권싸움도 치열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입체파 화가들의 작품 반환 소송이다.
국립미술관은 현재 진행중인 재판 결과에 따라 최고 소장품으로 꼽히던 피카소 작품 16점을 비롯, 조르주 브라크·앙드레 드랭· 에밀 필라등 입체파화가들의 작품 30점을 몽땅 내줘야할 처지에 놓여 있다.
이 작품들은 체코의 미술사학자며 미술품 수집가인 빈센트 크라마르가 1910년대에 사 모은 것으로 현대 미술사에 있어 중요한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는 것들이다. 기록에는 크라마르가 파리를 들락거리던 시절 피카소 작품 3점, 브라크 작품 1점, 드랭 작품1점등 7점을 단돈 6백40달러에 구입한 것으로 돼 있다.
소송에 걸린 피카소 그림중엔 피카소의 작품중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자화상』(1907년작)도 들어 있다. 다른 피카소 작품들도 적어도1점에 수백만달러를 호가하는 걸작들이다.
크라마르의 딸은 아버지가 공산정권의 강압에 못 이겨 소장 작품들을 내놓았다고 주장,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대해 루보미르 슬라비체크 국립미술관장은 45년 공사당에 입당한 크라마르가 그해 『예술품은 개인 소유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의 팸플릿을 만든 사실을 지적, 크라마르의 미술품 기증은 순전히 자의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러 정황으로 미뤄 이들 작품을 둘러싼 소유권 소송이 국립미술관측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보이지만 체코의 미술·박물관들은 이 소송을 계기로 예술품 반환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을 우려하고 있다.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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