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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구입 행렬… “태풍전야의 고요”/긴장감 도는 LA 현지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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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종교계 지도자들 비폭력 호소/부활절에도 배심원 12명 평결 심의 계속/한인타운 상인들 철제셔터 보강 등 만전
○…흑인 로드니 킹 구타혐의로 기소된 백인경찰관 4명의 유·무죄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릴 미연방법원 배심원들의 2차 심의가 11일 낮부터 재개됐으나 최종평결이 언제 나올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
이날 오전 부활절 예배를 마친뒤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오후 2차심의에 들어간 배심원들은 오후 5시(한국시간 12일 오전9시)까지 평결심의를 계속.
이들은 그러나 2차심의에서도 최종결정을 내리지 못해 유·무죄 여부가 가려질 때까지 매일 심의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앞서 지난 10일 오후 늦게 이 사건의 최종평결을 위임받은 12명의 배심원들은 부활절 기념예배를 위해 11일 오전까지는 심리를 벌이지 않았다.
○…한편 최종평결을 앞두고 로스앤젤레스시 일원에 폭동에 대비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종교지도자들은 연일 대규모 종교집회를 개최하며 시민들이 과격한 행동을 자제해줄 것을 거듭 호소.
부활절인 11일 LA시내 각 교회에서 교파별로 기념예배를 가진 이들 종교지도자들은 설교와 강론을 통해 『우리는 거리에서 폭력이 난무하는 현상을 더이상 원치 않는다』고 비폭력을 호소한 뒤 『폭력말고도 자신의 권리를 표현할수 있는 더 훌륭한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신앙인들이 폭력자제에 적극 나서줄 것을 촉구.
○…윌리 윌리엄스 LA경찰국장은 이 사건을 현재 최종심리중인 미연방법원 배심원들이 폭행혐의를 받고 있는 경찰관들에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무죄평결을 내려 폭동사태가 재발할 것을 우려,시전역에 경계강화지시를 내렸으며 이에따라 시내 곳곳에 6백여명의 폭동진압경찰이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
윌리엄스국장은 또 모든 경찰관들의 휴가를 취소하는 한편 사태가 악화될 경우 폭동진압 경찰외에도 최고 6천5백여명의 병력을 추가 동원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놓았음을 강조.
또 주방위군측도 LA시 주변에 위치한 12개 무기고에 대한 습격에 대비,수백명의 무장방위군들을 12일까지 무기고를 비롯한 시내 요소요소에 배치할 계획으로 있는 등 긴장분위기가 고조.
○…LA시 전역에 긴장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10일 밤 시내 중심가에서는 일단의 강도사건이 일어나 경찰이 총격을 가하는 등 한때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으며 로드니 킹 구타사건이 발생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순찰중이던 경찰차의 뒷유리창으로 갑자기 돌멩이가 날아드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그러나 경찰이 물샐 틈없는 경계태세를 벌인 탓인지 LA시는 전체적으로 긴장속에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
○…지난해 흑인폭동사태때 가장 심각한 피해를 보았던 코리아타운에서는 악몽이 재현되지나 않을까 우려해 일부 상점주인들은 철제 셔터를 보강하거나 총기와 탄약을 구입하는 등 자체방어태세를 강화하는 분위기.
경찰 등 치안당국이 폭동에 완벽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장담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한인상인들은 경찰이 혹시라도 진압에 실패해 지난해처럼 코리아타운이 흑인들의 약탈·방화의 표적이 되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
○…론 브라운 미상무장관은 11일 로드니 킹 구타사건을 둘러싼 언론들의 무절제한 보도태도에 대해 비난을 하고나서 눈길.
브라운장관은 이날 CNN의 「뉴스메이커 투데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자리에서 『언론의 보도태도를 보면 그들은 마치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같은 느낌을 받았다』면서 언론의 자제를 촉구.
그는 또 『이는 곧 폭력사태가 일어나기를 희망하는 일부계층이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언론의 이러한 보도태도는 자제돼야 한다』고 강조.
◎평결 어떻게 이뤄지나/배심원 전원합의 실패면 재판미결 선언
미국사법제도에서 평결의 유·무죄결정은 배심원 12명 전원의 합의로 이뤄진다. 배심원중 한명이라도 의견을 달리하면 배심원합의실패가 돼 재판미결(Mistrial)이 된다.
로스앤젤레스(LA) 법조계에서는 이번 배심원이 백인 9명,흑인 2명,히스패닉계 1명으로 구성돼 있어 배심원 합의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배심원합의에 실패하면 검찰은 대개 재판부에 재심을 요청하며 재판부는 유·무죄 의견을 낸 배심원의 수를 고려해 재심여부를 결정한다. 재판부의 재심이 결정되면 배심원을 다시 선정해 재판을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며 재심요구가 기각되면 피의자들(폭행경찰)은 풀려나게 된다. LA법조계는 이번 재판이 이런 식으로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배심원재판에서 유죄로 확정되면 재판부의 형량선고로 이어지는 정식 재판에 들어가며,무죄로 확정되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피의자들은 석방된다.
이번 재판은 일사부재리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연방대법원은 지난해 재판은 캘리포니아주정부 관할이었으며 이번 재판은 연방정부관할로서 주권(Sovereignty)이 다르기 때문에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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