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업은 검찰서 “사정의 칼”/변호사 비리 성역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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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거물급은 그냥두고 연수원 출신만”… 지적도
검찰이 법조3륜의 하나인 변호사 사회에 대해 직접 「사정의 칼」을 댄 것은 그동안 성역으로 보호받아온 변호사 비리도 예외없이 척결하겠다는 단호한 의지의 표시로 풀이된다.
변호사가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되기는 72년이래 20여년만에 처음 있는 극히 이례적인 일로 브로커를 통한 사건수임이 고질적인 법조계비리로 늘 지적돼왔던 점을 감안해 볼때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이 같은 법조인이라는 특수관계에도 불구하고 문제 변호사들에 대해 강경방침으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변호사의 과다수임료를 용납치 않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데다 ▲인천 민경한변호사의 법조비리 고백 ▲공직자 개산공개 당시 변호사출신 인사의 축재에 대한 비판 ▲변협의 자체정화선언 등 법조계 비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성숙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법조계비리를 근절키 위해서는 문제가 된 변호사들을 구속,일벌백계함으로써 재야법조계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수사착수 배경을 설명했다.
따라서 이번에 적발된 변호사들은 사건브로커를 고용해 사건을 수임해온 대표적인 문제인물로 검찰에 의해 지목된 셈이다.
박진변호사는 브로커를 동원,병원에 입원중인 교통사고 피해자나 산업재해자들의 손해배상소송을 전문적으로 맡아와 법조계에서는 대표적인 「앰뷸런스 변호사」로 꼽혀왔다.
박 변호사는 지난해에만 무려 2백80여건의 손해배상 사건을 수임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개업후 수년만에 법조타운의 노른자위인 서울 서초동 J빌딩에 입주,주위를 놀라게 했다.
최진석변호사 역시 그동안 경찰관으로부터 사건을 소개받은뒤 일정액을 떼어주는 등 경찰서를 중심으로 사건을 수임해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변호사가 브로커가 「물어다 준」사건을 맡을 경우 5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있다.
그러나 브로커를 고용,사건을 수임받은뒤 수임료중 20∼30%를 커미션으로 떼어주는 변호사들이 많다는 사실은 지금껏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과거에는 주로 노령의 변호사들이 브로커들을 고용하거나 심지어 변호사 명의만을 빌려주고 브로커들에게 고용되는 경우까지 있었으나 최근에는 재조경험이 없어 사건수임에서 어려움을 겪고있는 연수원출신 변호사들이 브로커들과 결탁하는 경우가 늘어나 새로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대한변협은 변호사계의 정화운동과 관련,검찰에 끌려가는 느낌을 지우지 못해 개운치 않은 분위기이지만 표면적으로는 수긍하는 반응이나 일부에서는 『재조 출신의 거물급은 손대지 않고 연줄없는 연수원출신 변호사만 처벌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어쨌든 이번 파문이 법조계의 부조리가 일소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남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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