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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노, 합법 전환 대의원대회 의결 … 10월에 노조 신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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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공무원 노동조합 가운데 유일하게 법외(法外) 노조로 남아 있던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전공노)이 합법 노조로 전환하기로 했다. 전공노는 그동안 공무원노조법이 노동 3권(단체행동권.단체교섭권.단결권)을 제한한다며 노조 설립 신고를 하지 않았다.

전공노는 21일 서울 송파여성회관에서 전국대의원대회를 열어 대의원 과반의 찬성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투표에는 대의원 155명이 참여했고 55%인 85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표결에 앞서 권순복 위원장 등 지도부는 총사퇴했다. 전공노는 이에 따라 9월 중으로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10월에 노조 설립 신고서를 노동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이로써 입법.사법.중앙 및 지방정부 등 부처별로 설립된 공무원 노동조직이 모두 합법 단체가 된다. 그러나 전공노가 합법적인 노동조합으로 재출범하더라도 5일 시작된 올해 정부와 임금.단체협상에는 참여하지 못할 전망이다. 전공노는 단체교섭이 시작될 때까지 노조 자격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막다른 선택=전공노는 2002년 3월 설립 이후 한때 10만여 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최대 공무원 노조였다. 전공노는 지난해 1월 28일 발효된 공무원노조법이 파업을 금지하자 노조 설립 신고서 제출을 거부했다. 그러나 법 시행과 동시에 정부가 전국의 전공노 지부 사무실을 폐쇄하고, 단체교섭에서 배제시키면서 전공노 내부에선 합법과 법외 노조를 둘러싼 노노 갈등이 싹트기 시작했다.

특히 지난해 치른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전공노의 최후 보루로 여겨졌던 울산 북구와 동구청장 후보로 출마했던 민주노동당 후보가 낙선하자 내부 갈등은 표면화됐다. 그전까지 민노당 출신인 울산 북구와 동구청장은 정부와 전공노 사이에 충돌이 있을 때마다 전공노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올 들어 합법화를 지지하는 노조원 5만여 명이 탈퇴해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이하 민공노)'을 설립하면서 세가 급격히 약해졌다. 현재 전공노 소속 노조원은 4만여 명이다. 전공노의 합법 노조 전환은 공무원 노조 사이에서도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을 막아 보기 위한 선택이다.

◆노조 힘 세지나=전공노와 민공노의 통합이 최대 관심거리다. 일단 전공노와 민공노가 통합을 논의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민공노는 전공노의 전임 집행부에 반기를 들었던 세력이다. 이 과정에서 원색적인 비난이 오갈 정도로 두 조직의 사이는 좋지 않다. 통합 논의가 진척되더라도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를 놓고 상당기간 씨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금세 통합 작업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해고자 복직 문제를 둘러싼 노조와 정부 간 갈등도 고조될 수 있다. 전공노 출범의 주역들은 거의 해고됐다. 공무원노조법상 이들이 노조 집행부가 되면 불법 단체로 규정된다. 따라서 합법 노조로 전환키로 한 이상 새 집행부는 현직 공무원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신임 집행부는 해고된 '공신'들을 복직시키도록 정부에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으론 이 문제가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신구 세력 간의 갈등이 생길 수 있다.

김기찬 기자

◆공무원노조법=2004년 12월 통과돼 지난해 1월 발효됐다. 가입 대상은 6급 이하 공무원이다. 6급 이하라도 관리감독을 하는 위치에 있거나 경찰 같은 사법권을 가진 특정 업무 종사자는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와 단체교섭을 해 협약을 체결할 수 있으나 근로조건과 관련된 사항 이외에는 교섭할 수 없다. 예산이나 법령.조례에 규정된 것은 단체협약의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 정치활동, 파업이나 태업과 같은 쟁의행위(단체행동권)는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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