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이양방에묻는다] 오장육부 균형 도와 성장 호르몬 촉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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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외모 지상주의에 키를 빼 놓을 수 없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개원가의 단골 메뉴도 비만 아니면 성장클리닉이다.

 자녀의 키에 대한 우리 부모들의 열망은 ‘눈물겨울’ 정도. 최근 하이키한의원은 한국갤럽을 통해 자녀를 둔 엄마 314명을 대상으로 키에 대한 인식조사를 했다. 아들의 이상적인 키를 묻는 질문에 엄마들의 55%가 180~185㎝로 답했고, 185~190㎝의 키를 원하는 엄마도 15.8%에 이르렀다. (딸은 엄마의 62.2%가 165~170㎝의 키를, 27.8%는 170~175㎝를 원함) 이러다보니 98.7%의 엄마가 자녀의 키에 대해 관심을 보였고, 68%의 부모는 자녀 성장을 위해 조기성숙을 예방하는 치료를 받아 볼 의향을 보이기도 했다.

 한방에서의 성장치료도 양방에서처럼 성장호르몬에 배경을 둔다. 음양의 조화와 오장육부의 균형을 도와 성장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토록 한다는 것. 이런 관점에서 한국식품연구원과 하이키한의원의 연구결과는 한약을 통한 어린이 키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재료는 오가피·두충·백강잠·백복령 등으로 동의보감 각연편에 근거했다. 연구팀은 여기서 추출한 신물질 K1-180을 생후 3주령의 어린 숫쥐에게 3주간 투입했다. 결과는 고무적이다.

 쥐의 성장은 대조군을 100으로 했을 때 11.4% 더 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대퇴골의 무게와 길이도 각각 12%, 4% 늘었다. 성인 남자를 기준으로 7㎝ 더 키울 수 있는 수치라고 연구팀은 밝혔다. 골형성 능력을 보여주는 ALP활성은 15%, 뼈 성장지수인 오스테오칼신 농도는 약 10% 상승했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성장 호르몬의 전단계 물질인 IGF-1과 IGFBP3 수치가 20%와 11% 각각 증가했다는 것. 특히 이 물질이 성호르몬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사춘기는 늦추면서 키를 크게 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연구팀은 이를 임상에 적용했다. 대상자는 2005년부터 2년간 치료한 사춘기 무렵 240명. 이들에게 약을 복용케하고 1년간 관찰한 결과, 남아는 IGF-1 수치가 474.9ng/㎖에서 612.6으로 29%, 여아는 397.2에서 510으로 28.4% 증가했다. 키는 남아는 8㎝, 여아는 7.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춘기 역시 지연됐다. 사춘기를 알리는 에스트라디올(E2)이라는 여성호르몬이 22.1pg/㎖에서 25.09로 10%만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호르몬은 보통 12.5에서 사춘기를 예고하다가(젖멍울이 잡히고, 가슴이 찌릿한 증상 호소) 1년 만에 85로 급증하면서 생리가 시작된다.

 하이키한의원 박승만 원장은 “부모 세대엔 사춘기 예고에서 생리까지 2년이 걸렸지만 지금은 좋은 영양과 환경 탓으로 1년으로 줄었다”며 “에스트라디올이 10% 증가했다는 것은 사춘기가 지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난포자극호르몬(FSH)은 치료 전 4.6㎖U/㎖에서 4.5로, 황체형성호르몬(LH)는 1.5㎖U/㎖에서 1.7수준으로 늘어났다.

 연구팀은 이 내용을 지난해 4월 미국실험생물학회연합(FASEB) 학술대회에 보고하는 한편 신물질은 올 1월 성장촉진제로 의약품 특허를 받고, 또 2개의 건강기능성 식품 특허를 받았다.

고종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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