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금 풀리지 않는 「민족청소」/보스나 내전 1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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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망자 60%가 사라예보 주민… 고문·강간 등 피해 많아
보스나­헤르체고비나 내전이 6일로 발발 1년을 맞았다. 지난해 4월6일 유럽공동체(EC)가 보스나의 독립을 승인하자 보스나에 주둔하던 세르비아 주도 유고연방군이 수도 사라예보를 포위하면서 내전은 시작됐다.
보스나 내전의 지금까지 피해는 사망자 공식집계 1만3천여명·실종자 13만여명·난민 2백만명에 달한다. 이중 사망자와 실종자 수는 회교정부가 회교도들의 피해만을 집계한 것이다. 그밖에 회교도 여성들중 약2만여명이 세르비아 민병대들에게 강강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전투는 주로 회교도가 거주하는 도시를 세르비아계가 포위 공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돼왔다. 전체 사망자중 60% 이상인 8천여명이 사라예보 시민들이며 사라예보는 내전발발 이후 지금까지 단 하루도 총성이 그친 적이 없다.
전선이 형성되지 않은 도시 교외지역이나 농촌지방은 이른바 민족청소가 진행됐다. 세르비아계에 의해 자행된 민족청소는 전쟁과 직접 관련없는 민간인들을 상대로 한 살인·강간·고문·약탈 등 반인간적 범죄로 점철돼 있다.
보스나는 전체인구 4백30여만중 회교도가 40%,세르비아계가 32%,크로아티아계가 18%,기타 10%의 인구구성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세르비아계가 70% 이상 영토를,크로아티아계가 나머지 영토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고 가장 인구가 많은 회교도들은 대부분이 난민이 되어 몇몇 도시지역이나 난민수용소에 몰려있다.
국제사회는 냉전종식 이후 새로운 유럽안보질서를 가장 크게 위협해온 유고내전을 종식시키기 위해 온갖 평화노력을 전개해왔으나 현재까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5월30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전쟁을 주도하는 세르비아 민병대를 지원하고 있는 신유고 연방을 상대로 금수조치를 취하고 유엔보호군(UNPROFOR) 7천3백명을 파견했으며,지난달 말에는 보스나 상공 비행금지 조치를 강행하기 위한 무력사용을 승인했다.
보스나 평화협상은 EC가 주도해 왔으나 지난해 12월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30개국 외무장관 회담이 개최되고 유엔이 적극 개입하면서 보스나 헌법마련을 위한 원칙과 10개 자치주로의 분할 등 6개항을 담은 평화안(밴스­오웬평화안)이 마련돼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
현재 3개 세력중 회교도와 크로아티아는 유엔과 EC가 마련한 평화안에 동의했으나,세르비아계는 자신들이 이미 점령하고 있는 영토지분이 크게 줄어든다는 이유로 10개 자치주 분할안에 동의하지 않고있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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