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파키스탄, 반세기 유혈분쟁 끝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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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인도와 파키스탄 정상이 50여년에 걸친 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평화협상에 전격 합의했다.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는 5일 정상회담을 연 데 이어 6일 오전 전화통화를 한 뒤 다음달 카슈미르 분쟁을 포함한 모든 현안을 논의할 평화협상을 시작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양국 외무장관이 6일 발표했다.

서남아시아의 핵 강국으로 과거 세차례나 전쟁을 치렀던 양국의 관계 개선은 이 지역의 안보 구조 변화는 물론 최근 이 지역 국가들이 추진 중인 자유무역지대 구상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야시완트 신하 인도 외무장관은 "양국 관계 정상화를 위해 파키스탄 대통령과 인도 총리가 현안을 전반적으로 다룰 회담 개최에 합의했다"며 "협상이 시작되면 모든 현안이 회담 테이블 위에 올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신하 외무장관은 "이번 협상을 계기로 카슈미르 분쟁 등에 관한 지속적인 평화협정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각각 영유권을 주장하는 히말라야 지역의 카슈미르를 둘러싼 분쟁으로 89년 이래 최소 6만5천명이 희생됐다.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새로운 역사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상식.중용.정치력의 승리며, 인도와 파키스탄 국민의 승리"라고 선언했다.

평화협상의 물꼬를 튼 5일 양국 정상회담은 2001년 7월 무샤라프 대통령이 인도 아그라를 방문해 이뤄진 뒤 2년6개월 만에 열렸다.

당시 회담에서는 카슈미르 분쟁 종식 협의가 결렬됐다.

인도는 이해 12월 의사당에 대한 무장세력의 공격에 파키스탄이 관여했다면서 2003년 1월 수십만명의 병력을 국경에 전진 배치해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다.

양국은 미국의 압력으로 2002년 10월 군대를 철수했으며, 바지파이 총리는 지난해 4월 "생전에 파키스탄과의 평화관계가 이뤄지는 걸 보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11월 파키스탄은 국경분쟁을 겪고 있는 카슈미르 지역에서 공격을 중단했으며 인도도 같은 조치를 취했다.

이어 12월 무샤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이 주장해온 카슈미르 지역 분리독립에 대한 주민투표 제안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박소영 기자

<사진설명전문>
남아시아지역협력협의체(SAARC) 정상회담을 마친 뒤 귀국길에 오른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인도 총리(右)가 6일 이슬라마바드 국제공항에서 자파룰라 자말리 파키스탄 총리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이슬라마바드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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