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곡동 땅 논란 김동철 의원, 98년 포철 감사 기록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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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탈당파인 김동철(무소속) 의원은 20일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의 도곡동 땅 차명 보유 의혹과 관련해 "1998년 감사원의 포철 감사 때 김만제 전 포철 회장이 '도곡동 땅은 이명박 소유'라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감사원을 방문, 당시 감사원의 포철 특감 과정에서 작성된 김 전 회장의 문답서를 열람한 뒤 이같이 공개했다.

이 후보의 차명 보유 논란은 감사원 문답서 공개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검찰은 현재 도곡동 땅의 매각 과정과 매각 대금의 사용처를 수사하고 있다.

도곡동 땅은 김만제씨가 회장으로 재직하던 95년 포스코개발에 매각됐다. 범여권과 한나라당 박근혜 경선 후보 측은 이 땅을 놓고 이 후보가 처남인 김재정씨와 형 이상은씨의 명의로 차명 보유했던 것이란 의혹을 제기해 왔다. 박근혜 캠프의 서청원 고문은 "최근 김 전 회장으로부터 '이명박 후보가 도곡동 땅이 자기 소유인데 사달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명박 후보는 전날 한나라당 검증청문회에서 "그 땅이 내 것이면 얼마나 좋겠나. 큰 재산인데…"라고 차명 의혹을 부인했다. 또 "'이명박 땅인데 좀 사달라'고 내가 김 전 회장에게 부탁했다는 이야기가 나와 큰 충격을 받았다"고도 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문답서엔 "도곡동 땅의 실질적 소유자가 이명박씨라는 것을 알고 있는가"라는 감사관 질문에 대해 김 전 회장은 "알고 있다" "김광준 상무가 위 부지를 매입했다고 보고하면서 알았다"고 답했다.

김 의원은 "문답서엔 김 전 회장의 서명도 있었다"며 "차명으로 땅 한 평, 주식 한 주 가지고 있지 않다던 이 후보 발언은 명백한 거짓"이라고 주장했다.

◆"조영수 부사장도 이명박이 실소유주"=박근혜 후보 측의 박세환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영수 당시 포스코개발 부사장이 감사원 조사에서 도곡동 땅의 진짜 주인이 이 후보였음을 밝혔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감사원 문답서에 따르면 조 부사장은 "전○○ 본부장이 도곡동 부지에 대해 얘기하고 며칠 후 지주(地主)를 만났더니 사실상 소유주가 특정인이었다"며 "(특정인이) 김만제 전 회장과 잘 아는 사이라고 보고받았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지주는 등기부상 지주인 처남 김재정씨나 친형 이상은씨를 의미하며, 소유주는 이명박 후보를 뜻한다"고 주장했다.

조 부사장은 이어 "이 땅의 소유자가 특정인임을 사장에게 보고했나"라는 질문에 "직접 보고하지 않았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고 답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경선 후보가 처남 김재정씨 명의로 차명 보유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서울 도곡동의 땅. 왼쪽 흰색 건물이 도곡동 포스코트 아파트다.[사진=박종근 기자]

◆감사원 "문답서에 김만제 발언 있다"=박수원 감사원 홍보관리관은 이날 "김동철 의원이 주장한 내용이 문답서에 들어 있다"고 확인했다. 이와 관련, 98년 11월 2일 국회 산자위의 포철 국감에서 당시 국민회의 박광태(현 광주시장) 의원은 "포스코개발이 사들인 도곡동 땅의 실제 소유주는 김재정씨의 친척인 L의원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후보 보유설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명박 캠프의 박형준 대변인은 "해당 사안은 감사원의 수사 의뢰에 따라 검찰이 99년 1월 철저히 수사했지만 '혐의 없음' '관련 없음'으로 나왔다"고 반박했다. 그는 "김 전 회장의 감사원 문답은 '이명박 측과 관계있는 땅이라는 포괄적 의미로 질문한 뒤 답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캠프의 장광근 대변인도 "98년 당시 감사원 최종보고서엔 (문답 내용은) 채택되지 않은 만큼 문답서에 신뢰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mfemc@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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