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1932년 나진 땅 투기 땐 한 달 새 1000배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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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2년 나진 땅 투기 땐 한 달 새 1000배 올라”

 “누구나 부자가 되고 싶어 하면서도 모두들 부자를 싫어하잖아요? 그 뿌리를 캐고 싶었죠.”

 20세기 초 일제 강점기의 투기 열풍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아름다운’ 부자들을 아울러 다룬 『럭키 경성』(살림, 344쪽, 1만2000원)의 저자 전봉관(36)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교수가 밝힌 저술 동기다.

 전 교수는 당시의 사회문화상을 인물 중심으로 파헤친 ‘경성 시리즈’ 에 5년 째 매달리고 있는 소장 학자다. 이번 책은 1930년대 한국판 골드러시를 다룬 『황금광시대』, 근대 조선의 살인사건과 스캔들을 다룬 『경성기담』에 이어 그의 세 번째 저서. 그에 따르면 당시 조선인들은 제국주의는 물론 자본주의· 근대 문명의 세례로 혼돈을 겪어야 했다. 돈이 곧 권력으로 이어지던 시대가 막을 연 것이 바로 그 때이기에 우리 사회 모순의 뿌리를 캐려면 당연히 이 시대를 연구해야 한단다.

 “일제 강점기 등의 표현은 정치색이 짙어 보여 당시 서울을 지칭했던 ‘경성(京城)’이란 용어로 시대를 상징하는 거죠.”
 이 때문에 제목과 달리 책의 지리적 배경은 한반도 전체다. 그렇다고 책이 딱딱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소설보다 재미있다.

 “만주와 일본을 잇는 길회선(吉會線) 철도의 종단항(終端港·철도종착역과 연결된 항구)을 만들게 된 함북 나진 지역에 1932년 여름에 분 땅투기 바람은 요즘보다 더합니다. 한 달새 땅값이 1000배 올랐고 땅 주인이 하루에 10번도 바뀌었답니다. 벼락부자가 속출해, 개도 평범한 월급쟁이 두 달치 봉급에 해당하는 100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이야기가 돌았다니까요.”

 책을 보면 종단항 유치를 놓고 청진과 웅기 주민들이 벌이는 기싸움, 경제중심지 이전설 등 요즘 세태를 뺨치는 일화· 언론보도가 수두룩하다. 또한 평양의 거부 백선행이 ‘먹기 싫은 것 먹고 입기 싫은 옷 입고 하기 싫은 일 하고’를 신조 했다든가, 교육사업 등 선행에 힘써 “배로 낳은 자식은 한 명도 없지만 그를 어머니, 할머니로 섬기는 사람은 수만, 수십만을 헤아렸다”는 식으로 당대 거부의 삶을 복원해냈다. 이런 자료를 어떻게 구할까.

 “사랑하면 다 알게 됩니다.” 대수롭지 않게 받아넘기더니 94년부터 관련자료를 모았고 2000년 이후엔 ‘한국역사정보 통합시스템’을 많이 이용한다고 귀띔했다.

 “당시를 다룬 학술논문은 많죠. 그러나 오늘의 독자들이 읽고 의미를 찾으려면 재미가 있어야죠.” 사람 중심의, 대중적 글쓰기를 지향하는 그가 앞으로 써낼 ‘자살’ 등 후속작이 기다려졌다.

  

글=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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