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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이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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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설(22일) 대목을 앞두고 백화점.재래시장 등 유통업계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소비심리가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데다 포근한 겨울날씨로 겨울용품 매출마저 크게 줄어든 것이다.

백화점은 신년 초 세일에 들어갔지만 매출이 지난해보다 10% 이상 감소했고, 설 대목을 앞두고 북적거려야 할 재래시장도 손님의 발길이 뚝 끊긴 상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의 신년세일 초반(2~5일)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10~16%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백화점 김정선 차장은 "방한의류 등 겨울용품 판매가 부진해 전체 세일실적이 저조한 편"이라며 "겨울과 봄 사이에 쓸 수 있는 간절기 상품 비중을 평소 20%에서 30~40%로 늘리고 예년보다 더 일찍 내놓는 등의 방식으로 매출부진에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의 경우 겨울상품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어든 반면 간절기 상품은 10% 정도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모피.코트.머플러 등 겨울의류는 두 자릿수 이상 매출 감소세를 보일 정도로 판매가 부진하다"며 "경기 불황의 영향이 크지만 포근한 겨울날씨 탓도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 패션몰 등 재래시장도 날씨 탓에 겨울의류 매출이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동대문 패션몰 밀리오레 관계자는 "예전에는 설 대목에 밥먹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장사가 잘 됐는데 올해는 설빔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패딩코트.점퍼 등 겨울옷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포근한 날씨 탓에 겨울의류를 접고 얇은 옷을 내놓는 점포가 늘고 있다"며 "겨울옷 재고물량을 어떻게 처리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이마트도 스웨터.내의.오리털점퍼 등 겨울의류 매출이 지난해보다 10% 감소했다. 특히 쌍방울.BYC 등 겨울내의 업체들의 매출은 20% 정도 떨어졌다.

롯데마트의 경우 히터.전기장판 등 난방용품 매출이 15~20%, 겨울의류는 10~1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겨울철 간식거리인 호빵과 캔커피도 타격이 크다. LG유통이 편의점 LG25(6백80개 점포 기준)의 지난달 판매실적을 분석한 결과 호빵은 전년 대비 15.8%, 캔커피는 20% 정도 감소했다. 한편 광우병 파동으로 정육 선물세트 판매가 급감하면서 백화점의 설 선물 예약판매도 부진하다.

롯데백화점 수도권 11개점은 지난 2~5일 정육세트 예약건수가 1백30건으로 지난해에 비해 20% 감소했다. 신세계 강남점은 전체 예약건수가 37건으로 지난해(50건) 대비 26%, 현대백화점 무역점은 25% 각각 줄었다

백화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축된 소비심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데다 겨울상품 매출 부진, 광우병 사태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유통업계가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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