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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표현 객관화 서둘러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가령「머리가 욱씬욱씬 아프다」고 할 때 이것은 어떻게 아플 때 쓰는 표현일까. 환자는별 의미없이 욱씬욱씬 아프다고 얘기했겠지만 의사는 맥박에 맞춰 단속적으로 아픈 것으로 생각해 편두통으로 진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통증을 의료진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표현을 객관화하는 일은 올바른 의사전달을 통한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됨은 물론 불필요한 보충질문을 생략케 해 진찰시간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심근경색증과 같은 응급상황에서 가슴이 아프다는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해 단순히 속이 아픈 것으로 오진하게 된다면 말 한마디 잘못해 자신의 생명을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배가 살살 아프다」「쿡쿡 아프다」「뜨끔뜨끔 아프다」등 통증을 나타내는 우리말표현은 모호한 점이 많아 이들 용어의 과학적 정의를 내리고 우선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만이라도 계몽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일본 하마마쓰의대 사토 아이코교수가 개발한 통증에 관한 30개 단어표가 외래진찰에 사용돼 좋은 효과를 올리고 있다.
아이코교수는 아픔을 나타내는 일본말 중에서 비교적 정서나 감정과 관련되지 않은 30개의 낱말을 골라 아픔의 강도, 반복여부, 한번 아플 때의 아픈 시간 등 6개 항목에 걸쳐 분류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진료대기 도중 자신이 어느 경우에 해당하는지 미리 보게한다는 것으로 많은 호평을 받고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일본어의 치쿠치쿠는 아픔의 1회당 시간은 짧으나 아픔의 반복은 같고 통증부위의 이동은 적은 경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안면부 3차 신경통 환자의 경우 따끔따끔하다는 표현을 많이 선택하는 등 특정질환에 적용되는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분류돼 환자가 자신의 증세에 관한 이해를 높임은 물론 이들 자료의 통계처리가 가능해 질병 연구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 <홍혜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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