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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동네 살리기 나선|봉제공장 「바늘과 실」 설립 대한성공회 김홍일 신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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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어려운 지역주민들에게 희망을 가꾸게 하는 「실험공장」이 가난한 사제와 봉제공들에 의해 설립된다.
『협동적인 생산활동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의식과 삶에 변화를 일으키고 싶다』는 김홍 일 신부(34) 는 「바늘과 실」이라는 이름으로 13일부터 가동될 봉제공장의 산파이자, 앞으로 실밥을 따고 원자재를 나르는 「시다」 (허드렛일꾼)로 참여하게 된다.
서울 상계동 111,무허가 영세공장이 밀집해 있는 달동네에 70평 규모의 작업장을 빌려 쓸 이 공장은 20∼30대 지역주민들 8명이 1백 만원씩 출자하고 김신부가 자신의 전세방 값을 뽑아 5백 만원을, 또 일본의 한 평신도모임이 5백 만원을 지원해 총 2천만 원의 자본금으로 출발하게 된다.
「바늘과 실」이 실험공장으로 주목을 끄는 것은 수익금의 10%를 불우이웃 돕기 등 사회에 환원하고 20%는 자본구축을 위한 적립, 70%만 자본이 아닌 노동의 기여도에 따라 분배 하는 점이다.
분배방식은 출자비율에 대한 지분할당을 수익금의 5% 범위 내에서 하고 나머지는 노동의 기여도에 따라 이익분배를 하는 것으로 최고임금과 최저임금이 3대 1의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신부와 그 「형제」들이 「바늘과 실」의 설립을 착안하게 된 것은 가난한 이들에게 자본의 기여도가 아닌 노동의 기여도로 이익 분배를 할 경우 보다 삶의 맛과 희망을 전할 수 있으리란 기대 때문이다. 김신부는 이 같은 방식을 스페인의 성공적인 생산조합인 「몬드라곤」 의 사례에서 따왔다고 했다.
이 계획에 참여하는 일꾼들은 김신부 외에도 김영애(32)·문용성(32)·장현수(26)·김병진(26)·이영환 (26)·박연회(25)씨 등 모두 8명으로 대부분 김신부가 이끌었던「나눔의 집」 야학 출신들이다.
대한성공회(관구장 김성수 주교)가 86년 이후전국 6곳에 세운 「나눔의 집」은 비교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사회주민들의 복지를 위해 성공회에서 파견된 사제와 봉사자들이 힘을 합쳐 청소년 야학,어머니학교,탁아소운영,학생공동공부방 마련 사업 등을 펼쳐 온 곳이다.
김신부는 이 공장이성공적인 결실을 거두려면 일감을 꾸준히 얻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의류업자들의 협조를 요청했다. 우선은 아동복 하청업에 종사하는 한 성공회 신도로부터 재하청 되는 일감을 받아 놓은 상태라고 했다.
아직은 규모가 작은 상태지만 차차 봉제만이 아니라 타 업종으로도 영역을 넓혀갈 방침이다.
이 공장에 일주일에 세 번씩 나와 일하게 될 김신부는 집안이 어려워 중학교를 중퇴한 이후검정고시를 통해 연세대신학대와 대학원 과정의사목 신학연구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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