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40만‘배넷아이’기증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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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제가 가진 것을 기증하고 싶습니다.”
 
인터넷 육아사이트 ‘배넷아이(www.beneti.com))’운영자 오주협(45·사진)씨가 최근 중앙일보로 보낸 e-메일 제목이다. “현 콘텐트를 무료로 활용하게 해 줄 수 있는 사람이나 단체에 배넷아이를 아무 조건없이 기증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1000여 개의 유아 학습 프로그램을 갖추고 비영리로 운영되는 ‘배넷아이’는 회원수가 40만 명에 이르는 인기 사이트다. 그런데 왜…. 진의가 궁금했다.

18일 만난 오씨는 “배넷아이가 더 좋은 사이트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넷아이는 입체영상디자이너인 오씨가 혼자 운영하는 사이트다. 2002년 사이트 개설 이후 오씨는 개인돈 5억여원을 들여 콘텐트 개발비와 운영비를 충당했다. 회원들이 늘어나면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달라” “상담코너를 운영해달라” 등의 요구사항도 많아졌지만 혼자 해내기는 역부족이었다. 회원수 40만 명이라면 배너 광고 수익도 상당했을 법한데, 오씨는 끝까지 광고를 받지 않았다.

“돈 벌려고 한 게 아니었거든요. 두 딸을 키우면서 내 딸이 갖고 놀 만한 ‘인형놀이’프로그램도 만들고, ‘그림 그리기’ 프로그램도 만들면서 운영하던 사이트인데, 돈벌이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오씨는 끝까지 ‘비영리’를 포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딸을 시집보내듯 배넷아이를 다른 곳으로 보내 더 번듯하게 키우고 싶다”는 게 오씨의 바람이다. 자신이 만든 콘텐트만 회원들이 무료로 볼 수 있게 해주면 꼭 ‘비영리’로 운영하지 않아도 된단다. 운영을 하고자 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홈페이지의 ‘배넷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 코너에서 신청할 수 있다.   

글=이지영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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